AI시대 노사는 "脫시간 임금체계"…정부는 시계만 본다
2026년 7월 현대자동차가 생산직 임금체계를 '완전 월급제'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에 관해 검토 논의를 진행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노사가 공동 태스크포스를 꾸려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연구하기로 한 것인데, 이 논의는 한 기업의 의제로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의 임금 모델은 부품·협력사로, 나아가 조선·철강 등 교대제 기반 제조업 전반으로 파급되는 준거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노사의 시선은 사뭇 다를 것이다. 노측에게 완전 월급제는 특근과 잔업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실질 소득을 지키기 위한 방어선이며, 소위 ‘이익배분형’ 성과급의 요구와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제기된다. 반면 사측은 인건비의 예측가능성과 경영 유연성을 중시해, 유연근무제나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조건으로 함께 올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토 논의를 밀어 올리는 힘이 개별 기업의 사정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기술 전환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 충격 논의는 주로 사무직에 집중돼 왔지만, 생산현장에서는 우선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에서 변화가 올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 및 로봇화가 진전되면 연장·야간·특근이 감소하고, 시간에 연동된 임금체계에서는 곧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근로시간의 증감과 무관하게 매월 일정한 임금을 보장하는 완전 월급제는 근로자의 소득 불안을 흡수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것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을 2028년부터 해외 공장의 부품 서열 작업에 투입해 현장 검증을 거친 뒤, 2030년부터 부품 조립 등 복잡 공정으로 확대한다는 일정을 공표했다. 연간 3만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양산 체계 구축과 전담 조직 신설, 핵심 부품 발주까지 진행되고 있다. 교대제와 특근 의존도가 높은 사업장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현장 등장은 정해진 미래이며,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조만간 맞이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논의는 AI 시대 임금 논의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산업화 이후 임금은 근로시간에 따라 계산돼 왔고, 근로기준법의 가산수당 체계도 그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런데 생산성의 원천이 사람의 노동시간에서 로봇과 AI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면, 시간을 척도로 삼는 임금체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완전 월급제는 근로시간이라는 척도를 임금에서 떼어내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근로시간을 척도로 설계된 현행 법제, 정부의 규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있다.

여기에 역설이 존재한다. 완전 월급제의 핵심은 변동 수당의 일부를 고정급에 포함시켜 임금 변동성을 줄이는 데 있다. 그런데 정부의 규제는 정반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를 국정과제로 삼고, 올해 4월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시행했다. 기본급과 수당을 명확히 구분하고 실제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초과근로수당을 정확히 산정하라는 것이 요체다. 기본급과 수당을 하나로 묶는 정액급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뭉뚱그리는 정액수당제는 모두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그 자체가 임금체불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로시간에서 임금을 떼어낼 수밖에 없는 AI 시대 요구와 임금을 다시 근로시간에 결부시키려는 정부 규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산정 가능성'이라는 법리에 있다. 포괄임금 약정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에, 그것도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유효하다. 그런데 생산직은 교대제와 출퇴근 기록으로 근로시간이 명확히 측정되는 직군이며, 스마트팩토리 확산으로 그 측정은 오히려 정밀해지고 있다. AI가 근로시간의 '의미', 근로시간의 양질〮에 따른 임금과의 연계성을 흐리는 동안, 같은 기술이 근로시간 '기록'은 더 촘촘하게 만드는 역설이다.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만큼,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고정급에 흡수하는 방식은 유효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강행규정이므로 완전 월급제는 수당을 없애는 제도가 되기에 미흡하고, 실제 시간외근로가 고정급 포함분이나 고정 OT수당을 넘어서면 그 차액은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완전 월급제는 통상임금과 성과급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변동 수당을 고정급으로 편입하면 소정근로 대가라는 성격이 강해져 통상임금에 포섭될 가능성이 커지고, 2025년 대법원이 '고정성' 요건을 폐기한 뒤에는 더욱 그렇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각종 법정수당이 연쇄적으로 재계산 대상이 된다. 또한 어떤 항목을 고정급으로 흡수하고 어떤 항목을 경영성과 배분으로 남길 것인가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성과급의 재편은 필수가 될 것이다.

참고할 전례도 있다. 2013년 완성차 업계는 주야 맞교대를 주간연속 2교대로 바꾸며 밤샘노동을 없앴고, 그 흐름은 부품 협력사로 번져 자동차산업 전반의 근무형태를 바꿔 놓았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임금을 보전한다는 '노사 윈윈'을 표방했다는 점, 확산의 경로까지 지금과 닮았다. 그러나 시대적 조건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2013년에는 사람의 노동강도로 생산성을 만회할 수 있었기에 '노조가 생산성 향상을 약속하고 임금을 지킨다'는 교환이 성립했다. 그러나 생산성의 주체가 노동에서 로봇과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면 노측이 내놓을 반대급부 자체가 마땅치 않아진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물음이 '자동화가 만든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며, 노조는 완전 월급제라는 실질소득의 안정 장치와 함께 성과 배분, 고용 안정을 한 묶음으로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완전 월급제는 근로자 입장에서 AI 시대에 실질소득을 지키려는 합리적 대응일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안정성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포괄임금제 규제로 '수당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변동성을 고정급으로 흡수하되 실제 근로시간 초과분은 여전히 정산하는 제도'로 설계되어야 한다. 기술은 이미 근로시간과 임금의 오랜 등식을 흔들고 있지만, 노동법 체계와 정부 규제는 아직 그 등식 위에 서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은 입법과 정부 규제의 전환을 기다리기 전에 개별 사업장의 설계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다른 회사의 내부 논의로 지켜볼 일이 아니라, 우리 사업장의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를 먼저 진단해 볼 때다.

이승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