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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5대씩 신차 쏟아낸 중국…'신차 사망의 계곡' [차이나 워치]
세계 최대 車시장에 내수 절벽
중국산 물량, 해외로 쏟아져
올 상반기 12.6% 급감…글로벌 가격 전쟁 촉발
디플레 함정…"기다릴수록 싸져"
중국산 물량, 해외로 쏟아져
올 상반기 12.6% 급감…글로벌 가격 전쟁 촉발
디플레 함정…"기다릴수록 싸져"
자동차 내수 절벽이 완성차·부품·딜러의 수익성을 압박하면서 중국 업체들은 남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 내수 위축에 따른 중국발 공급 과잉이 유럽·신흥국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가격·통상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면 손해" 디플레 늪 빠진 中 자동차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6% 감소한 1조9700억위안(약 41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소비재 품목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사회소비품 소매판매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통상 10% 수준에서 7.9%로 떨어졌다.올 4월 자동차 소비는 15.3% 줄었고, 5월과 6월에도 각각 16.1% 감소했다. 중국 전체 소비가 소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동차 판매 대수로 따지면 감소 폭은 더 커진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은 88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줄었다. 올 6월 판매량은 162만대로 23.4% 급감하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신에너지차 구매세도 전액 면제에서 올 들어 5% 부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가격이 동일하더라도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고,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차로 이동할 유인이 커졌다.
몇년 째 이어지고 있는 가격 전쟁도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가격 할인을 단속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공식 가격을 낮추는 대신 무이자 할부와 보험료 지원, 현금성 보조금 등을 반복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베이징에서 헬스장 트레이너로 근무하는 중국인 장모씨는 "아무래도 '기다리면 더 싸진다'는 인식이 많아졌다"며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좀 더 두고보자는 판단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미래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가 현재 구매를 늦추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심리가 자동차 시장에 자리 잡은 셈이다.
밀려드는 저가 물량에 글로벌 '비상'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입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완성차 업체의 평균 이익률은 1.5%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산업 전체 이익도 약 20% 줄었고 매출 대비 이익률은 3%대에 머물렀다. 신차 한 종을 개발하는 데 통상 2년, 10억위안 이상이 필요하지만 출시 효과는 석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올 상반기에만 약 630개 신차 모델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 평균 3.5개 모델이 신규 투입됐다. 이렇다 보니 생산라인과 부품 공급망이 증산 준비를 마칠 땐 이미 신차 열기가 식는 이른바 '신차 효과 사망의 계곡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 토종 브랜드보다 외국계 업체가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기능을 중시하면서 내연기관차와 전통 고급 브랜드 중심의 외국계 업체가 현지 업체에 소비자를 빼앗기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판매량은 각각 28%, 19% 줄었다. 폭스바겐그룹은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31.6% 급감하자 연간 실적 전망을 낮췄다. 한때 독일 완성차 업체의 최대 이익원이던 중국 시장이 이젠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의 타깃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시장의 위축이 길어지면 제조업 생산과 지방정부 세수, 고용, 소비가 함께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중국의 올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위축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7월 제조업 PMI는 49.2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중국 경기 회복이 다시금 암초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문제는 중국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이다.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은 70.6% 급증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은 완성차 수출뿐 아니라 헝가리·스페인·동남아시아·중남미 등에서 현지 생산까지 확대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가 줄어든 자리를 해외 소비자로 채우려는 전략이 글로벌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무역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각국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판매 기반을 잃으면서 동시에 제3국에서 중국의 저가 차량과 맞붙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