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요리 로봇을 사면 10개월 안에 원금을 돌려주고 연 120% 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상품 피해자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바이두 캡처
중국에서 요리 로봇을 사면 10개월 안에 원금을 돌려주고 연 120% 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상품 피해자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바이두 캡처
인공지능(AI)·로봇 산업의 급성장을 틈타 중국의 요리 로봇이 유사 투자 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 식당 자동화와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요리 로봇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로봇 보지도 못했는데" 투자자 눈물

31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선전 셴딩후이과학은 한 대당 2만1800위안(약 464만원)인 요리 로봇을 판매하면서 판매 후 재임대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투자자가 로봇을 구입하면 회사가 이를 다시 빌려 음식점과 외식업체, 병원 식당 등에 배치하고 운영 수익을 지급한다는 방식이다.

회사는 위탁 운영을 시작한 뒤 10개월 안에 구매대금 전액을 돌려주고 원금 회수 이후에도 매달 추가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다. 약속대로라면 연환산 수익률은 120%에 달했다.

투자자 쑤샤(가명)씨는 처음 한 대를 구입해 임대 수익금이 입금되는 것을 확인한 뒤 세 대를 추가로 샀다. 모두 네 대에 8만7200위안을 지급했다. 초기에는 약속한 돈이 들어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급이 중단됐다.

쑤씨는 현재까지 원금 가운데 3만위안 이상을 돌려받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자체 집계한 자료에는 최소 100명이 이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투자자는 요리 로봇 구매에 40만위안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리 로봇 투자 사기 경계령

투자자들이 경계심을 푼 배경에는 회사가 내세운 상장사 지원이 있었다. 회사는 2024년 9월 홍콩 증시에 상장된 두 개 기업과 합작사 설립 계약을 맺었다. 등록자본금은 1만홍콩달러(약 183만원)에 불과했지만 회사 측은 이후 합작사가 디지털 신선식품 공급망 업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회사 측은 대규모 신선식품 콜드체인 산업단지와 밀키트 공급망 건설 계획도 강조했다. 전국에서 대리점 역할을 하는 도시 파트너를 모집하고 이들을 통해 개인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도시 파트너들은 로봇을 판매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맡았다.

제일재경은 "회사 측은 요리 로봇을 패스트푸드점과 PC방, 마작·보드게임장 등에 공급하고 전용 식재료 상품까지 판매해 신선식품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실제 사업은 홍보와 달랐고, 여러 음식점은 이미 폐업하거나 양도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 서쪽 스징산구에 있는 서우강산업기지의 로봇 데이터 트레이닝 센터. 로봇들이 인간 훈련사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생활 동작을 학습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중국 베이징 서쪽 스징산구에 있는 서우강산업기지의 로봇 데이터 트레이닝 센터. 로봇들이 인간 훈련사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생활 동작을 학습하고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영업 중인 한 음식점 주인은 이 회사의 제품에 대해 "로봇이라기보다 반자동으로 재료를 넣는 볶음용 솥에 가까웠다"며 "결국 사람이 옆에서 직접 조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구매한 로봇의 운영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피해를 당했다. 회사 측은 상장을 준비하며 자본 운용에 수천만위안을 투입해 운영자금이 부족해졌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은 이 회사가 로봇 구매대금뿐 아니라 상장 예정이라는 명목으로 비상장 원주까지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제일재경은 "투자자는 자신이 산 기계를 직접 보지도, 어디에 임대됐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첨단기술과 상장 추진, 대규모 산업단지 건설이라는 홍보 문구가 사업의 실체를 가렸고 신규 투자금에 의존한 고수익 지급 구조가 흔들리면서 피해가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로봇 보급이 빨라질수록 비슷한 투자 피해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품 판매와 임대 운영, 투자 수익 지급이 결합된 사업은 실질적으로 금융상품에 가까운데도 첨단산업 육성이나 장비 판매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는 제조사와 판매사의 실체뿐 아니라 기계의 소유권, 일련번호, 설치 장소, 실제 임차인, 운영 매출과 비용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단기간 원금 회수와 비정상적으로 높은 확정 수익을 약속하거나 상장 추진과 유력 업체의 지분 참여만을 강조하는 사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