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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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식료품 소비세율 인하 방안이 자민당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감세 종료 뒤 현행 세율로 되돌리기 어렵고 실제 물가 인하 효과도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세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민당은 31일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낮추는 방안에 대한 당내 절차에 들어갔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열린 당 임시 임원회에서 “이 방안으로 국민의 이해를 얻고 싶다”며 당내 의견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식료품 소비세율을 1%로 낮추면 사실상 세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난다. 자민당 집행부는 세제조사회와 사회보장제도조사회의 합동회의 등을 거쳐 8월 초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총리가 세제 개편안을 사실상 먼저 결정한 뒤 당에는 절차만 요구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통상 소비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은 당 세제조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리의 의향이 먼저 제시되면서 세제조사회의 역할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각료 경험자들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부치 유코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소비세 감세에 반대하며 세제조사회 간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2년 뒤 세율을 다시 8%로 되돌리기 어렵고, 감세 종료가 국민에게 증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노 다로 전 외무상도 “세율을 낮춘다고 가격이 그만큼 내려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감세 종료 뒤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세 인하보다 소득에 따른 현금 지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등의 배경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가을 일본유신회와 연립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유신회가 요구한 소비세 감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자민당 총무회 등 공식 당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식료품 소비세율 제로를 “나 자신의 숙원”이라고 밝히며 감세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자민당은 선거 공약에 “실현을 위한 검토를 가속한다”고 적어 실제 인하 여부에는 여지를 남겼다.

당내에서는 공약에 세율을 반드시 낮추겠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기대가 높은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식료품 소비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세 갈등은 다카이치 총리의 당내 장악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권 출범 이후 6월까지 60% 이상을 유지했던 내각 지지율은 7월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감세안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1강’ 구도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