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에너지안보' 핵심 바이오연료…국내선 7개사가 11년간 담합
공정위 사무처는 디에스단석, 애경케미칼, 에스케이에코프라임, 에스케이케미칼, 이맥솔루션, 제이씨케미칼, 케이지에코솔루션 등 7개 바이오연료 제조·판매 사업자에 조사 결과와 조치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30일 송부했다.
심사관은 이들 업체가 2013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11년 3개월간 바이오연료 입찰에서 담합과 물량 배분 합의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담합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는 바이오디젤 7조7600억원, 바이오중유 1조9500억원 등 총 9조70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은 통상적인 입찰 담합 방식인 ‘낙찰 예정자 선정 및 들러리 참여’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다른 사업자들이 들러리를 서주는 형태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정부 정책으로 수요가 보장된 의무시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바이오디젤은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RFS)에 따라 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 혼입해야 해 정유사가 매년 입찰을 통해 구매한다. 현재 경유에는 바이오디젤이 4% 혼합된다.
바이오중유 역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라 발전사 일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구매하는 연료다. 공정위는 남부발전과 중부발전이 발주한 바이오중유 입찰에서도 담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유 가격에 바이오디젤이 4% 정도 혼입되기 때문에 담합이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구체적인 가격 영향 규모는 현재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입찰담합과 물량담합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법인 및 관련 임직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과징금은 관련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를 9조7000억원으로 파악했지만, 들러리 참여분 등은 별도로 관련매출액에 포함될 수 있어 실제 과징금 산정 기준은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7개 사업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상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 기간 바이오디젤 시장에서 이들 업체의 점유율은 약 80%, 바이오중유 시장에서는 거의 100% 수준이었다. 다만 담합 후반부부터 일부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면서 현재 시장 점유율은 과거보다 낮아진 상태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이 에너지안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화석연료 공급망 불안으로 각국은 바이오연료 의무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역시 한국처럼 재생연료 혼합 의무제도 등을 운영하며 정책적으로 바이오연료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은 각국의 의무사용 제도와 에너지안보 강화 기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재생연료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재생디젤과 지속가능항공유(SAF)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미국과 유럽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바이오연료 사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책으로 수요가 보장된 의무시장에서 장기간 담합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장 경쟁 질서가 도마에 오른 셈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