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받은 환자에겐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해 부담을 줄여주는 ‘베타 차단제’를 처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국내 의료기관 진료 수준을 평가할 때도 이 약의 처방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런 관행을 바꾸고 있는 의사다. 환자가 평생 먹어야 할 약을 끊어도 사망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 처음으로 입증해 올해 3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 의사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렸다. 한 교수를 통해 이번 발표의 의미 등에 대해 들어봤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베타 차단제 처방 관행을 바꿀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 심근경색 치료 후엔 베타 차단제를 모두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좌심실 기능이 떨어졌거나 심부전 환자는 베타 차단제를 당연히 투여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많다. 다른 환자들이 문제다. 심장 기능이 잘 유지되고 심근경색을 겪은 뒤에도 심부전이 없는 환자는 베타 차단제 처방 이점이 불분명하다.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복용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30~40년 전 연구다. 그 사이 치료법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스텐트가 도입되면서 막힌 혈관은 바로 재개통할 수 있는 데다 효과 좋은 항혈소판제, 고지혈증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시대가 많이 바뀐 것을 고려해 ‘베타 차단제를 끊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연구다.

베타 차단제 처방 유효성에 대한 연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A. 안정적으로 베타 차단제를 잘 복용하는 환자, 심근경색 후 1년간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환자, 심장 기능이 잘 보존되고 심부전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제목은 ‘스마트 디시전(현명한 결정)’이다. 과거 유사 연구가 있었는데 해당 연구에선 약을 끊으니까 유지한 것보다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이번 연구에선 안정적으로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던 환자를 대상으로 복용을 중단한 그룹과 유지한 그룹을 비교했더니 비열등(나빠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학회 LBCT(Late-Breaking Clinical Trial) 세션에서 발표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복용해야 할 약이 상당히 많다. 이들 중 하나라도 덜면 복용해야 할 약의 개수가 줄어든다. 복약순응도 면에서 보탬이 될 수 있다. 최근 나오는 베타 차단제는 부작용이 크지는 않다. 다만 약은 항상 잠재적 부작용이 있다. 약을 복용한 뒤 피로감, 무력감 등이 생길 수 있다. 말초혈관 질환자는 이상 반응 발생 위험이 크다. 약을 하나라도 덜면 그만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가적으로 봐도 도움이 될 만한 연구 결과다. 50대에 심근경색을 겪었다면 30~40년간 약을 복용해야 한다. 연간 지출하는 의료비가 수백억 원이라고 하면 조 단위 비용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절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