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1위 업체 CJ대한통운이 불과 5개월 만에 주가가 50% 넘게 급락했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의 자체 물류망 확대에 맞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주 7일 배송을 선보였지만, 2년 넘게 하락세인 택배가격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원가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이렇다 할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 '반토막'…물동량 느는데 이익 내리막

◇판매가 떨어지는데 비용은↑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CJ대한통운은 2.53% 내린 7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월 11일 장중 기록한 연고점(15만4000원) 대비 52.55% 급락해 반토막 난 수준이다.

주가 급락의 1차적 원인은 택배 부문의 수익성 악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택배 평균 단가(ASP)는 전년 동기 대비 3.7% 하락하며 아홉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9% 추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CJ대한통운의 총수요인 ‘물동량’ 자체는 연간 10% 안팎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택배 3사(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택배) 간 단가 깎아주기 경쟁이 심화하면서 매출 증가에도 수익 규모는 줄어들고 수익성은 하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는 4867억원으로, 2024년(5307억원)과 2025년(5081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이란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해상 운임과 유가가 급등했고, 원자재 가격도 치솟았다. 하지만 대형 고객사를 상대로 한 장기 계약 중심의 운임 구조 때문에 급증한 매입 운임과 비용을 판매 운임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포워딩(운송주선)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급등한 해상 운임이 주요 감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상승한 운임을 반영하기 위한 단가 협상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동량만 늘리고 이익은 ‘뒷걸음질’

CJ대한통운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단행한 대규모 투자도 악수로 작용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배송 서비스 ‘매일 오네(O-NE)’를 도입하고 당일 배송을 위한 2회전 배송 시스템 구축과 터미널 가동 시간 확대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2024년 1933억원이던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5740억원까지 불어났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는 5700억원대, 내년에는 6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허브 터미널 가동 시간 증가로만 월 약 1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런 선제적 투자는 쿠팡 등 e커머스 강자들의 물류 내재화에 대항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정작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고단가 물량 유입 및 수익성 개선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증권가도 CJ대한통운의 실적 예상치와 목표 주가를 줄하향하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CJ대한통운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5600억원에서 4850억원으로 13.4% 하향 조정했고, 목표주가 역시 15만원에서 11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이익 전망치를 7.3% 하향한 데 이어 2027년(-6.4%)과 2028년(-3.9%)까지 낮춰 잡았다.

실적 예상치보다도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CJ대한통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은 역사적 저점 수준인 6배에 형성돼 있다. 다만 막대한 투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준의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는 유의미한 매수세 유입이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입금 부담으로 순이익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주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명확한 주주환원책이 부재한 것 역시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