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주가가 연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반년 만에 절반 가까이 하락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한국 시장에서 기존 게임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신작의 흥행 여부가 향후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신작 ‘아크 레이더스’ 기대에 최고가
28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넥슨 주가는 지난 1월 23일 4434엔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을 출시한 신작 ‘아크 레이더스’가 북미와 유럽에서 흥행하며 기대를 키운 영향이다. 이 게임은 출시 15주 만에 1400만 장 이상 판매됐다. 2019년 넥슨이 인수한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장수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지만, 북미·유럽에서는 이렇다 할 성공작을 내놓지 못했다. 아크 레이더스의 흥행으로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이유다.
지난 2월 취임한 파트리크 쇠더룬드 넥슨 회장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아크 레이더스는 넥슨이 세계 이용자에게 통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첫 번째 확실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엠바크스튜디오 창업자인 쇠더룬드 회장은 아크 레이더스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넥슨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488엔으로 고점 대비 43.9% 하락했다. 메이플스토리 신작에서 게임 내 확률 표시 오류를 별도 공지 없이 수정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용자 신뢰와 경영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올해 2월 발표한 2025년 연결 실적에서 인건비 등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넥슨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921억엔으로 2024년(1348억엔)보다 32% 급감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 중국 의존도 벗어나야
증권가에서는 넥슨이 중국 시장과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지적한다. UBS에 따르면 중국 사업은 지난해 넥슨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를 차지했으며, 대부분이 던전앤파이터에서 발생했다. 게임 흥행이 둔화하면서 영업이익률도 2018년 39%에서 올해 26% 수준으로 낮아졌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에서 8%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 둔화를 사업 구조 전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넥슨이 로열티 수입 중심에서 자체 퍼블리싱과 직접 서비스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비용 부담은 커지지만, 흥행에 성공하면 수익 확대 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신작 성과가 넥슨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쇠더룬드 회장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발 효율화와 비용 절감, 글로벌 게임 운영 역량을 앞세워 성장성을 입증할지도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인기 게임 ‘배틀필드’ 개발을 주도한 쇠더룬드 회장이 적은 인력과 낮은 비용으로 아크 레이더스를 성공시킨 경험을 기반으로 과감한 경영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그의 게임 운영과 성장 전략에 넥슨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