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그간 국내 증시에서 소외된 바이오주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나란히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내놓은 데다 알테오젠을 둘러싼 특허 분쟁 불확실성도 일부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주가를 추종하는 'KRX 바이오 TOP 10 지수'는 전날보다 37.13포인트(1.77%) 하락한 2059.75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10.84%)와 코스닥지수(-7.72%)가 폭락한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

특히 KRX 바이오 TOP 10 지수는 최근 일주일간 6.92%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10.73%), 코스닥(-6.30%) 지수 대비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알테오젠 등 바이오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1일 139만5000원에서 28일 154만9000원으로 11.04% 올랐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은 3.38%, 알테오젠은 8.61% 상승했다.

바이오주는 올해 반도체주로의 수급 쏠림과 금리 부담, 일부 기업의 임상·공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조정받았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업종지수인 WICS 제약·생물공학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30.4% 하락했다. 해당 기간 코스닥 제약지수의 낙폭은 40.5%에 달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는 요인은 호실적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3209억원, 영업이익 58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2%, 22.9%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1672억원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0.08% 뛰며 석달 만에 150만원선을 회복했다. 실적 발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보고서는 17개에 달했다. 평균 목표주가는 201만909원으로, 이날 종가보다 약 30% 높다.

업계에서는 송도 5공장과 미국 록빌 생산시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영역 확대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 가지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 송도 5공장은 인증용 생산을 시작해 3분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록빌 시설에서 생산한 물량도 품질검사를 거쳐 3분기부터 매출로 잡힐 전망이다.

펩타이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도 사업 영역 확대를 뒷받침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를 통해 미국과 유럽, 인도 등으로 생산 거점을 넓히고 항체 중심이던 사업을 펩타이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누적 수주가 217억달러를 기록했고 관세 불확실성 완화로 하반기 수주 문의가 회복되는 추세"라며 "하반기 성장 동력은 5공장과 록빌 공장 매출 본격 반영, 1~4공장 완전가동 기조 유지"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으로 반등에 힘을 보탰다. 셀트리온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5.0% 증가한 1조3937억원, 영업이익은 86.3% 늘어난 451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728억원 웃돌아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위에 올랐다.

실적 개선은 고수익 신제품이 이끌었다. 램시마SC와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스테키마 등 신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6% 늘어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규 제품 5종의 분기 매출도 3000억원을 넘어섰다. 제품 구성이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바뀌면서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도 함께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년간 시장 쏠림으로 소외돼 왔으나 경기 방어주와 역대급 실적 성장으로 바닥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며 "높은 중기 실적 가시성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게 부각되는 현시점은 신규 진입 적기"라고 말했다.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1분기부터 기술수출에 기반한 이익 창출력을 보여줬다. 1분기 매출은 716억원, 영업이익은 393억원으로 영업이익률 54.9%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1.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억원 적자에서 243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는 코스피 이전상장을 잠정 유보하고 코스닥에 잔류하기로 한 결정과 30% 무상증자, 특허 불확실성 일부 해소 등이 단기 반등 재료로 작용했다. 회사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시장 환경을 고려해 현시점에서는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되, 추후 이전상장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 1주당 신주 0.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결정했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제형 변경 기술 'ALT-B4'를 둘러싼 특허 불확실성도 일부 완화됐다. 미국 머크(MSD)는 ALT-B4를 적용한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품 '키트루다 큐렉스'를 출시했으나, 경쟁사 할로자임은 해당 제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할로자임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미국과 영국에서도 할로자임의 관련 특허를 무효로 보는 판단이 나오면서 MSD 측에 유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 바이오 주도주들의 연초 이후 낙폭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연초 대비 주가를 비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96%, 셀트리온은 8.09% 하락한 상태다. 알테오젠은 같은 기간 35.12% 밀렸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바이오주의 기업가치가 산업의 기초체력보다 과도하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다수의 기술이전과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에 남을 글로벌 인수·합병 성공 등 의미 있는 성과는 반영되지 못한 반면 개별 기업들의 악재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업종 전반의 위험으로 확대됐다"며 "글로벌 바이오산업 현황과 국내 바이오기업의 성과를 고려하면 그간 업종 전반에 걸쳐 할인됐던 호재가 뒤늦게 반영되며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