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나바로의 ‘에코(벽돌)’(2012). 네온 조명과 거울로 구멍이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반 나바로의 ‘에코(벽돌)’(2012). 네온 조명과 거울로 구멍이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립은 한국 미술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정표였다. 이전까지 경복궁·덕수궁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건립으로 처음 제대로 된 미술관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1986년 문을 연 이래 개최한 전시는 502회, 이곳을 다녀간 관람객은 약 2500만 명에 달한다.

‘MMCA 과천 40주년: 빛의 상상들’은 이런 과천관의 불혹(不惑)을 기념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빛’을 주제로 국내외 작가 9명의 작품을 고른 뒤 이를 로비와 전시실, 야외 조각공원 등에 전시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마퀴’가 관람객을 맞는다. 극장 입구 전광판을 본뜬 작품으로, 입구에 선 관객에게 점멸하는 빛을 통해 무언가 시작될 듯한 기대감을 전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이 작품을 기증받은 뒤 처음 일반에 공개하는 자리다. 3층 브리지에는 미디어아티스트 김아영의 영상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가 유리창 밖 숲과 겹쳐지며 상영된다.

새로 꾸민 원형 전시실은 ‘빛의 거장’ 제임스 터렐의 작품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가 내뿜는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 찼다. 색은 2시간30분에 걸쳐 숨 쉬듯 천천히 바뀐다. 김유진 학예연구사는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술관 발전후원위원회가 기증한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네온과 거울로 착시 효과를 만들어 작품이 무한히 이어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하는 이반 나바로의 설치 작품들도 함께 놓였다. ‘빛의 상상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터렐과 나바로의 작품은 내년 10월 31일까지 계속 만날 수 있다.

과천관의 상징과도 같은 야외 조각공원에는 김하늘 등 작가 5명이 관람객이 직접 앉고 기대는 ‘앉는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수산시장에서 버린 폐스티로폼 상자로 만든 파란 소파 40개를 잔디밭에 늘어놓는 식이다.

전시 관람 후에는 3~6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미술 Ⅰ·Ⅱ’를 함께 둘러볼 만하다. 박수근·김환기 등 대표 작가들의 260점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훑는 상설전이다.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와 ‘로드무비: 1945년 이후 한·일미술’도 함께 열리고 있다.

과천=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