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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토양에서 시작되는 식품 공급망의 변화…네슬레의 재생농업 전략
토양 건강 회복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통해 농업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농가의 회복력과 원료 공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최근 공개된 커피·낙농·코코아 분야의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접근이 실제 사업 운영에 적용되고 있다.
공급망에서 시작되는 기후 대응
식품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상당 부분은 농업 원료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네슬레는 공급망 전반의 전환을 기후 대응 전략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25년에는 2018년 대비 순 온실가스 배출량을 24.5% 감축하며 기존 목표였던 20%를 넘어섰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변화
대표 사례가 네스카페 플랜(Nescafé Plan)이다. 2025년 기준 네스카페가 공급받은 생두의 53%는 재생 농업 방식을 도입한 농가에서 생산됐다. 이는 전년 32%에서 증가한 수치다. 또한 15개국에서 10만 명 이상의 커피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2030만 그루 이상의 커피 묘목을 배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네슬레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농가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커피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배출원에서 가장 큰 기회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낙농 부문에서도 감축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네슬레 데어리 플랜(Dairy Plan)에 따르면 2025년 낙농 공급망의 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26% 감소했으며, 메탄 배출량도 25% 줄었다. 현재 40여 개국, 13만 명 이상의 낙농 농가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낙농 원료의 34%는 재생농업 방식을 도입한 농가에서 조달되고 있다.
회사는 사료 개선, 토양 관리, 가축 복지 향상 등을 통해 농가 생산성과 환경 성과를 함께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코아 농가 지원 프로그램 운영
재생농업이 환경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은 아니다. 코코아 공급망에서는 ‘소득 증진 프로그램(Income Accelerator Program)’을 운영해 농가 소득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약 4만5000 개 코코아 재배 농가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농업 기술 지원과 현금 인센티브, 자녀 교육 지원, 여성 경제활동 확대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독립 평가 결과에 따르면 참여 농가의 코코아 생산성과 소득이 향상되고 여성의 경제적 역량도 강화되는 성과가 확인됐다.
소비자와 연결되는 지속가능성
재생농업은 농장에서 끝나는 활동이 아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생산 단계에서 시작된 지속가능성 노력이 소비자가 선택하는 제품과 사용 경험까지 연결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네슬레는 원료 조달부터 제품 설계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네오에는 종이 기반 캡슐이 적용됐으며, 머신 일부에는 재활용 플라스틱과 재활용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이는 재생농업을 통해 생산된 원료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제품 설계 단계까지 지속가능성 요소를 연계하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건강한 토양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
과거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이 사회공헌의 영역으로 인식됐다면, 오늘날에는 공급망 경쟁력과 기업 성장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재생농업은 환경 이슈 대응을 넘어 공급망 회복력과 원료 조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슬레가 공개한 이번 사례 역시 토양 건강, 농가 회복력, 원료 수급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건강한 토양과 회복력 있는 농업 생태계가 안정적인 식품 공급망의 기반이라고 분석한다. 재생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 장기적인 식량 생산 기반을 유지하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