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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호남 반도체, 무안 군공항 이전 문제에 발목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안군은 오는 28일 열리는 군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위원회와 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이전, 1조원 규모의 지역 지원 대책, 국가 차원의 추가 인센티브 등 3대 선결 조건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쟁점은 광주 군공항 부지다. 정부와 기업은 호남권 반도체 생산기지 후보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 부지는 약 250만평 규모로 넓고 이미 평탄화돼 있어 대규모 팹 건설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 도심과 KTX역 접근성, 정주 여건, 물류 여건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앞서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SK는 약 470조원을 들여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삼성은 425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앰코도 광주에 첨단 패키징 팹 증설을 추진한다.
반도체 팹 4기 건설에는 약 800조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업계가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29년 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최소 1기씩 가동할 수 있는 전력·용수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력과 용수 확보도 핵심 과제다. 김 장관은 한빛원전에서 남광주 변전소로 이어지는 송전망을 광주 군공항 부지까지 연결하는 방안과 영산강·섬진강 수계 댐 용수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팹 공사는 2~3년 안에 가능하지만 전력과 용수 인프라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입지와 이전 절차가 늦어지면 전체 일정도 흔들릴 수 있다.
무안군 내부에서는 군공항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과실은 광주에 집중되고 무안은 소음과 생활 피해를 떠안을 수 있다는 인식도 협상 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무안군은 선결 조건에 대한 실질적 이행 방안 없이는 협의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원 상설특별위원회를 꾸리며 의회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특위는 산업단지 조성과 군공항 이전, 광역교통망, 용수, 전력, 인력 양성,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에 이어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만들겠다는 국가 프로젝트다. 팹 4기와 AI 인프라까지 맞물린 대규모 투자 계획이지만 첫 관문은 산업 기술이 아니라 지역 갈등이 됐다. 군공항 이전 협상이 길어질수록 800조원 규모 반도체 속도전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