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회식·접대 수요까지 줄면서 한때 황금시장으로 불리던 국내 위스키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주요 위스키업체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3일 위스키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20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24년 자발적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약 2년 만에 다시 감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희망퇴직 조건은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6개월 치 급여와 특별위로금 2000만원이다. 2년 전 위로금이 3000만원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조건도 낮아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도 성과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성과급 0원’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실적 부진 여파로 월 급여의 100~130% 수준을 격려금 형태로 주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주요 업체의 실적은 나빠졌다. 조니워커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전년보다 48.1% 감소했다. 매출은 1.2% 줄어든 1606억원이었다. 골든블루의 매출은 2023년 2242억원에서 2024년 2094억원, 지난해 1687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16억원으로 전년보다 36.3% 줄었다. 발렌타인과 로열살루트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부진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매출이 120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 줄었다. 영업이익은 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6% 급감했다.
이에 따라 위스키 수입도 큰 폭으로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2682만달러로 전년보다 9.0% 감소했다. 수입량은 2만7440t에서 2만2582t으로 17.7% 줄었다.
달라진 음주 문화가 위스키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풍미와 숙성 연수를 따지며 위스키 원액을 그대로 마시기보다 탄산수나 음료에 섞어 가볍게 즐기는 하이볼이 대중화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1만~2만원대 하이볼용 위스키와 캔 하이볼이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맞춰 고가 위스키 한 병을 판매하기보다 외식업체와 협업해 하이볼을 반복적으로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