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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매맞은 文정부 부동산정책…'똘똘한 한 채'가 폭등 불렀나
李 "정책 의도와 달리 효율적 투기 기회로"
23일 대토론회서 세제 개편 방향 제시
23일 대토론회서 세제 개편 방향 제시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려고 고가 아파트 한 채에 자산을 몰아넣는 이 행태가 오히려 집값 양극화와 폭등을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도리어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1주택은 다 똑같이 취급"…규제가 낳은 역설
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똘똘한 한 채'라는 게 사실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가장 효율적으로 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정책 당국자의 의도는 1가구 1주택을 존중하고 보호하자는 것이었다"면서도 "집값이 비싸든 싸든 똑같이 취급하다 보니 효율적으로 한 채를 사서 투자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8·2 대책과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최고 연 3.2%까지 끌어올리고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인 시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 보유를 억눌러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러 채를 분산 보유하기보다 값이 오를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편이 세 부담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시장에 퍼지면서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갔고, 규제 지역을 벗어난 수도권 외곽과 지방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까지 겹치면서 정책 실패 논란이 임기 내내 계속됐다.
토론회를 앞두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개설한 게시판에 글을 올린 작성자 추 모 씨 또한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똘똘한 한 채가 부른 주택시장의 초양극화로 꼽았다.
그는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초고가 1주택 대비 지방 혹은 비선호 지역의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과세를 하고 있고 이로 인해 똘똘한 한 채가 더 선호되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 부담 격차가 '갈아타기'를 부추겼다
토론회에 앞서 나온 한 민간 연구기관의 분석도 이런 진단에 힘을 보탰다. 국세청·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최근 10년간의 종부세 실효세율과 주택 보유 구조를 들여다본 결과, 다주택자와 1주택자 사이의 세 부담 격차가 가장 컸던 해에 다주택을 정리하고 1주택으로 갈아탄 인원이 30만 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현행 종부세 틀 자체가, 다주택 규제를 피해 자산을 고가 1주택 한 채로 모으는 흐름을 사실상 유도해온 셈이다.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똘똘한 한 채'가 사실상 종부세가 겨냥해야 할 대상이라며, 조만간 나올 세제 개편안이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쯤 무뎌진 규제를 다시 꺼내는 수준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실거주 대신 거주용"…세제 개편 밑그림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제 개편의 방향성도 일부 제시했다. 그는 "직장 때문에 잠깐 옮기거나 아이들 교육 때문에 잠깐 집을 비우는 경우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지적이 많다"며 "저도 청와대 공관에 있다 보니 집이 비어 있는데, 그럼 비거주용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실거주' 대신 '거주용', '주거용'이라는 용어로 바꾸자"며 "불가피한 사정으로 잠시 집을 비우는 경우는 투기용이 아니라 거주용으로 보고 실거주자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정부는 주택 수 중심의 현행 과세 체계를 자산 규모 중심으로 전환하고, 실거주 요건에 따른 공제·특례도 함께 손질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급 분야의 진미윤 명지대 교수, 금융 분야의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제 분야의 강성훈 한양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한성숙 국무총리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정부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전에 접수된 국민 제안은 4500건을 넘어섰으며,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말 세제 개편안 발표…공급·금융 대책도 순차 공개
대통령실은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이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이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앞서 브리핑에서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제 전반을 연구용역과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주거 안정과 과세 형평성 등 여러 원칙을 함께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제 개편안 이후에는 공급 확대와 금융 규제 보완, 민간임대 육성 방안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낳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이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지, 그리고 주택 수가 아니라 자산 가액 중심으로 개편될 세제가 시장 왜곡을 실제로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