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22일 오후 5시 51분

국내 대형병원은 대부분 간접 납품회사(간납사)를 거쳐 스텐트, 카테터, 임플란트, 수술도구 등 치료 재료를 조달한다. 간납사는 의료기기 및 의약품 유통의 핵심 창구 역할을 해왔는데, 그동안 대다수 병원 친인척이 대주주여서 불공정 논란이 컸다. 2027년 말 개정 의료기기법이 시행되면 병원의 특수관계자는 납품을 맡은 간납사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국 간납사 80여 곳 중 상당수가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병원 기기·약품 납품사 80여곳 M&A 시장에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서울아산병원에 납품해온 간납사 메디굿파트너스 지분 51%를 매각한다고 최근 공고했다. 매각 주관사로는 삼일회계법인이 선정됐고 오는 29일 예비입찰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메디굿파트너스는 병원 물류·구매 서비스가 주력 사업으로 IB업계가 추산한 기업가치는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서울·천안·부천순천향대병원에 주로 납품해온 간납사 동하메디칼 역시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대병원의 간납사 대아를 비롯해 을지대병원의 토탈메디칼, 동국대병원의 정진코퍼레이션 등도 잠재 매물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법 시행을 앞두고 급하게 M&A 매물로 나오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80여 곳의 간납사 중 상당수가 올해 M&A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메디굿파트너스 매각이 완료되면 국내 ‘빅5 병원’은 모두 개정 의료기기법에 따른 간납사 소유 금지 규정을 충족한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산하 병원에 납품해온 간납사 오페라살루따리스와 밸류프로는 지난 9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소모성자재(MRO) 전문업체 서브원에 매각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간납사 에비슨케어는 5월 대웅제약 오너인 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CVO)의 개인 회사 이지메디컴에 2500억원에 팔렸다. 삼성서울병원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의 계열사 케어캠프가 주요 간납사여서 개정 의료기기법에서 자유롭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는 치료재료 등 제품을 병원에 바로 공급하지 못하고 반드시 간납사를 거쳐 납품하는 독특한 관행을 지켜왔다. 대부분 간납사는 병원별로 하나뿐이고 병원 친인척이 경영에 관여했다. 10~20%에서 많게는 40%까지 중간 유통 수익을 남겨 ‘통행세’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배성윤 인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병원에도 간납사와 비슷한 구매대행업체(GPO)가 있지만 세금계산서 발행 위주인 국내 업체와 달리 구매·물류·재고 관리, 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개정 의료기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병원은 내년 말까지 2년의 유예기간 내 간납사 지분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병원 물류의 지각변동을 앞두고 관련 업계와 PEF도 인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윤 CVO가 이끄는 이지메디컴은 초대형 간납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이대서울병원, 강원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등과 거래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