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서울대 명예교수 "AI는 정보만 줄 뿐…독서로 '사고의 지도' 만들어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완전히 다릅니다. 정보를 지식으로 체화하려면 독서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초효율 독서법>을 펴낸 권오현 서울대 독어교육과 명예교수(사진)는 22일 인터뷰에서 AI 시대에도 독서가 필요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지원자를 평가해 온 권 교수는 꾸준히 독서한 학생일수록 낯선 질문에도 논리적으로 답을 풀어내는 힘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를 제대로 한 학생의 머릿속에는 ‘사고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며 “새로운 문제를 마주해도 기존 지식을 꺼내 서로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언어로 답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가 말하는 ‘사고의 지도’는 머릿속에 흩어진 지식과 생각을 연결해 새로운 문제를 풀어내는 힘을 의미한다.

◇ “책 내용, 자신의 삶에 비춰 확장”

권 교수는 책 내용을 자신의 관심사와 삶에 연결해 읽는 독서법을 권했다. 학생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책을 읽기 전과 후의 활동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과 표지, 목차를 살펴보며 내용을 예상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만들어 보라”며 “읽은 뒤에는 줄거리 요약에 그치지 말고 발표와 토론, 글쓰기, 자료 조사 등을 통해 생각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기로는 깊이 있는 독서가 어렵다는 인식이 많지만, 권 교수는 종이책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스마트폰으로 읽는 글도 책처럼 깊이 있게 읽는다면 충분한 독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온라인에서는 화면 상단을 가로로 훑은 뒤 아래로 내려갈수록 앞부분만 읽는 이른바 ‘F자형 스캐닝’이 흔하다”며 “이런 훑어읽기 습관을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표현의 의도와 행간의 의미를 끝까지 추론하는 ‘깊이 읽기’를 실천한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도 충분한 독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독서활동 정책에 긍정 평가

권 교수는 교육부가 지난 2일 발표한 ‘학교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교육부는 독서교육 집중 학년제와 교과 연계 독서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학생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학교 독서교육이 권장 도서를 제시하고 독후감을 받는 등 수업의 주변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교과에서 배운 개념을 책을 통해 확장하는 ‘깊이 있는 학습’의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목에서 문화 상대주의를 배운 학생이 동서양의 사고방식을 비교한 책인 《생각의 지도》를 읽고 이를 실제 우리 사회의 사례와 연결해 탐구하는 식이다.

대학 입시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독서 활동을 기록할 때도 책을 읽었다는 사실보다 독서를 바탕으로 발표와 토론·탐구·글쓰기로 이어진 과정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책을 읽으며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 수업과 토론에서 어떤 생각을 펼쳤는지, 이를 또 다른 탐구와 글쓰기로 어떻게 확장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서 활동은 면접관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소재인 만큼 면접 전에는 읽은 책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