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런웨이 떠나 교실로…'교장' 이상봉의 특별한 주말
Zoom In
다문화학교 '꿈토링스쿨' 이끄는 디자이너 이상봉
서울교육청 지원으로 2021년 개교
패션·공연 등 전문가 멘토링 제공
"남과 다른 자신, 당당히 드러내라"
다문화학교 '꿈토링스쿨' 이끄는 디자이너 이상봉
서울교육청 지원으로 2021년 개교
패션·공연 등 전문가 멘토링 제공
"남과 다른 자신, 당당히 드러내라"
“혹시나 얘기하는데 토요일은 일정 안 잡습니다. 아이들 돌보러 가야 해요.”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이 회장이 주말마다 찾는 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다문화·이주배경·북한배경 학생들의 멘토링 학교 ‘꿈토링스쿨’이다. 패션·공연 등 예술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진로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 회장이 교장으로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8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교가 처음 문을 연 2021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패션 교실을 찾는 이 회장은 “이렇게 오래 참여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처음 교육청에서 학교를 만든다고 했을 땐 프로그램 흥행을 위해 내 이름이 필요한가 보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순간 무게감이 달라졌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의 수십 명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어떤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있고 장래희망은 무엇인지 신나게 떠들던 아이들도 부모의 출신국에 대해 물으면 표정이 달라지고 주눅이 들어요.”
파리에서 이방인으로 살던 자신의 젊은 시절이 겹쳐 보였다. 1985년 ‘LIE SANGBONG’ 브랜드를 론칭하고 파리 패션 무대에 막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한국은 서구 사회에서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코리아’를 이야기하면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라고 되묻는 현지인이 많았습니다. 브랜드가 일본에서 온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죠.”
이 회장은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는 방향을 택했다. 한글을 옷에 새기고 태극과 단청 등 한국적인 미감을 디자인에 적극 끌어들였다. “2000년대 초반 파리에서 한글을 패션에 접목한 옷을 선보이기 시작하자 국가정보원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한국을 내세우는 건 낯선 일이었습니다.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한 달을 도망 다녔어요. 그 시절을 지나와 이제는 한글이 제 디자인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됐죠.”
이 회장이 꿈토링스쿨에서 가르치는 건 비단 옷을 잘 만들거나 런웨이를 걷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표현하는 법이다. “지나고 보니 부모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문화 속에서 자랐는지는 감춰야 할 약점이 아니라 나만이 가진 배경이고 자산이더라고요. 패션도 결국 남과 다른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다르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6년 전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벌써 성장해 이젠 서울패션위크에 함께 선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던 학생이 몇 달 뒤 자신이 만든 옷을 들고 수백 명이 모인 런웨이를 걷는 걸 볼 때 이 일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확신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너도 충분히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이죠.”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