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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新안보 챔피언' 탄생하려면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전쟁의 문법은 바뀌고 있다. 과거 전쟁이 무기체계의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AI·위성영상·드론이 결합한 속도 경쟁이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합동군사작전에서 미군은 기존에 수일이 걸리던 표적처리주기를 몇 분으로 단축했다. 이 변화에는 미국의 신흥 AI 기업들이 있었다. 안두릴은 올해 미 육군과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10년 사업을 따냈고, 쉴드AI는 기업가치 127억달러의 방산 강자로 올라섰다. 전통 방산기업조차 담지 못한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무기체계에 접목한 게 바로 이들 신흥 강자였다.
이들의 부상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99년 전략투자기관 ‘인큐텔’을 세웠다. 수익성만 좇는 펀드가 아니라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민간에서 찾아 정부 재원으로 연결하는 통로였다. 인큐텔은 팔란티어를 비롯해 800곳이 넘는 기업을 발굴했고, 안두릴에도 창업 첫해 투자했다. 국가의 초기 수요와 투자가 마중물이 돼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한국도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신규 판매계약 기준 세계 자주포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K9을 비롯해 전통 방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자율·AI로 재편되는 미래 전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문제는 진입 장벽이다. 일반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도 방산 분야에선 다르다. 초기 수요도, 실전 레퍼런스도 없다. 결국 ‘죽음의 계곡’을 건너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국방 AI 기업을 이끌며 필자가 사업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장벽이다.
반가운 소식은 정부가 이번 청와대 전략회의에서 ‘한국형 인큐텔’ 설립을 비롯한 신안보 혁신기업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제 관건은 ‘어떻게 제대로 만드느냐’다. 한국판 인큐텔은 국가가 미래 전장을 포함한 새로운 안보 기술을 정의하고, 그 기술을 갖춘 기업을 찾아 초기 투자-실증-구매를 잇는 전략투자 플랫폼이어야 한다. 대기업과 민간 혁신기업을 연결하고, 나아가 안두릴 같은 챔피언을 길러낼 촉매여야 한다. 혁신기업이 새로운 안보 산업의 주역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장의 사다리’다.
21세기 안보는 거대한 무기체계가 아니라 빠르게 배우고 유연하게 변화하는 생태계 조성에 달려 있다. 안두릴과 쉴드AI의 초기 기술이 우리나라 딥테크 기업보다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다. 우리의 혁신 기술이 새로운 안보 산업의 주역이 되려면,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범부처가 협업해 그 첫 기회를 열어야 한다. 그날이 오면 우리나라에서도 비로소 세계 무대에서 겨룰 ‘신안보 AI 챔피언’이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