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 AWS의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 사진= AWS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 AWS의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작업하고 있다. / 사진= AWS
최근 반도체주 급락에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잇달아 '매수 기회'라는 진단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AI 시대의 핵심 수혜 업종인 반도체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조지프 무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투자자 노트에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심화할 것"이라며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AI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는 만큼 메모리 업종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종목의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데이터센터 구매 담당자들과의 면담 결과 메모리 부족이 완화될 조짐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3~4분기 메모리 가격은 동일 조건 기준 전분기 대비 최소 2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주요 증권사의 기존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장기적인 공급 부족이 더욱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무어 연구원은 "내년과 2028년 메모리 부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AI 수요를 충족하기에 메모리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이런 상황이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관련 종목에는 이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돼 있고 이례적인 사이클 특성상 중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최근의 약세는 장기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진입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른 글로벌 IB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미슬라브 마테이카 JP모간 연구원은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2028년 이전에는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 업황의 펀더멘털은 건설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빅테크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 운영업체)의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가 강세를 유지한다면 투자자들이 올여름 다시 반도체주를 매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

미국에서 장기 성장주와 우량주 투자에 강점이 있는 자산운용사로 평가받는 래퍼텡글러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텡글러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반도체주의 하락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장기적인 성장성을 믿는다면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럽계 IB인 UBS도 반도체 고점 논란과 중동 정세 불안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시를 밀어 올릴 3대 상승 요인으로 △중동 확전 가능성 제한 △견고한 AI 수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호실적을 제시했다.

UBS는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에 몰린 투자 자금을 빼내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매수·매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급 지표인 UBS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는 최근 AI·반도체 등 그동안 많이 오른 인기 종목의 보유 물량을 대거 줄였다.

줄어든 규모는 관련 종목 투자 금액의 약 5%로,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큰 폭의 매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글로벌 헤지펀드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종목 투자 비중은 지난 4월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비중 축소를 업황 악화보다는 차익 실현 성격의 수급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등 반도체 업황의 핵심 동력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반도체주는 중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로마노 UBS 헤지펀드 주식파생상품 영업 책임자는 고객 노트를 통해 "모멘텀 주식의 리스크 축소는 7월 말까지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개선되는 AI 펀더멘털은 명확한 저가 매수 신호지만 한꺼번에 서둘러 진입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포지션을 늘려가는 접근이 신중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 반도체주의 최근 급락을 장기 상승 흐름이 끝난 신호로 보지 않고 쉬어가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를 축구 경기 도중 선수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경기를 멈추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비유했다.

그는 "미국 경제 성장세가 기준금리보다 여전히 견조한 만큼 과거처럼 증시 거품이 꺼질 가능성은 크지 않고 상승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의 조정은 과열됐던 주가가 숨을 고르는 과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미국 오리건주 AWS 데이터센터 / 사진=AWS
미국 오리건주 AWS 데이터센터 / 사진=AWS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