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의뢰인 집을 청소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현장에 동행했다. / 사진=숨고 제공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의뢰인 집을 청소하고 있다. 한경닷컴은 현장에 동행했다. / 사진=숨고 제공
"왜 이러고 사는 거야?" 20대 여성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집'을 찾았을 때만 해도 이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곳에서 마주한 건 쓰레기더미 위 택배 상자 속에 방치된 생리대였다. 고양이 털이 엉겨 붙은 물건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비릿한 곰팡내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쓰레기집을 전문으로 치우는 '특수청소 고수'인 조동호 봄봄의정리(봄봄에코플랜) 대표는 "저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면서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다. 지금도 많고, 당장 우리 옆집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조 대표와 동행한 하루가 끝나갈 때쯤 "왜 이렇게 살까" 싶던 마음의 소리를 돌아봐야 했다.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의뢰인 집 앞에서 특수청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의뢰인 집 앞에서 특수청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쓰레기집 속에도 귀중품 제각각"

조 대표는 최근 경기 안산의 한 40㎡(12평) 규모 반지하 다세대 주택에서 한경닷컴과 만나 "쓰레기집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귀중품이 달라서 청소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털이 엉겨 붙은 물건, 음식물이 스며든 매트리스, 벌레 먹은 책 등이 그것이다. 당장 버려야 할 쓰레기로 보이지만 주인에겐 추억이거나 여전히 쓸 수 있는 물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청소 현장에서는 이러한 '간극'을 읽지 못하면 분쟁이 일어난다. 청소가 끝났다고 보는 기준조차 고객마다 다르다. 조 대표가 폐기물 더미 속 물건을 함부로 집어 들지 않는 이유이자 자동화된 인공지능(AI) 솔루션이 쉽사리 활용될 수 없는 업(業)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버릴 물건을 미리 확인하고 귀중품 목록을 요청하는 과정이 특수청소의 출발선인 셈이다.

조 대표에게 '쓰레기집'은 낯선 곳이 아니다. 쓰레기집 속에 고립된 이들처럼 조 대표도 한때 방에만 머문 적이 있었다. 대학 진학 실패 후 군 복무를 마친 20대 초반에 석 달 가까이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20대 후반에는 재직 중인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홍대 인근 스튜디오를 차렸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조 대표의 '흑역사'는 쓰레기집 의뢰인과의 연결고리가 됐다. 의뢰인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공감의 발판이 된 셈. 조 대표는 봄봄의정리 창업 전 동종 업체 직원으로 특수청소 현장을 익혔다. 20~30대, 여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쓰레기집이 증가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조 대표는 이 일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2022년 7월 봄봄의정리를 창업한 배경이다.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 16일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의뢰인 집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 16일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의뢰인 집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원룸서 1t 폐기물도…"기억의 흔적 찾는 일"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덜어내야 할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원룸 한 곳에서 1t(톤) 넘는 폐기물이 나오기도 한다. 조 대표는 의뢰가 접수되면 폐기물의 양과 종류, 오염도, 작업 동선을 살핀다. 의뢰인이 원하는 범위를 정한 다음 시간·비용을 계산한 뒤 인력을 배치한다. 이웃에게 집 상태가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고객이 많아 비대면 상담과 보안 유지도 중요하다.

의뢰가 몰릴 땐 하루에도 5~6곳씩 찾는다. 조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6명이 업무를 맡는다. 같은 면적의 집이라도 쌓인 물건, 오염 상태, 반출 동선에 따라 필요한 손과 시간이 달라진다. 단순히 힘을 써서 물건을 밖으로 옮기는 일로만 생각하면 작업이 꼬이기 쉽다. 무엇을 남기고 버릴지 고객과 끝까지 확인하는 판단력도 필요하다. 사람 손을 탈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유품을 정리하는 의뢰일 땐 한층 더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 일반폐기물 처리는 공간을 빠르게 청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유품 정리는 고인의 삶을 마지막으로 정돈하면서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작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놓치지 않도록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꼼꼼하게 나눈다. 현금이나 보석이 아닌 '기억의 흔적'을 찾아내는 판단은 정해진 작업 순서만 학습해선 갖추기 어려운 역량이다.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의 사무실에서 숨고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의 사무실에서 숨고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비대면 선호' 고객들에 플랫폼 상담 '효과'

특수청소 사업 초기 가장 어려운 일은 고객과 만나는 것이었다. 쓰레기집과 유품 정리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하거나 전화로 사정을 털어놓는 데 부담을 느꼈다. 조 대표는 숨고의 비대면 채팅을 이용해 이 같은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쓰레기집 거주자 10명 중 9명은 20~30대 여성인데 이들은 특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편을 선호했다.

플랫폼을 익히는 데도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숨고에 처음 입점할 당시 100만원을 충전한 뒤 이 돈으로 플랫폼 내 다양한 서비스별 고객 반응을 파악했다.

봄봄의정리 창업 한 달 만에 의뢰가 몰렸다. 고객 후기가 약 50개 쌓였을 무렵엔 난도가 높은 현장을 맡게 됐다. 장문의 후기, 현장 사진은 봄봄의정리가 특수청소 전문업체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초기 매출의 90% 이상이 숨고를 통해 발생했다. 조 대표는 숨고 후기에 관해 "단순한 서비스 평가가 아니라 누군가의 무너진 삶이 회복되는 과정을 증명하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에 있는 사무실에서 특수청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조동호 봄봄의정리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안산에 있는 사무실에서 특수청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숨고 제공

"쓰레기집, 잠시 손 놓았을 뿐…깨고 나오길"

조 대표는 쓰레기집을 '게으름'이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이라고 선을 그었다. 명문대를 나온 졸업생,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방송국 PD, 성형외과 의사, 50만 인플루언서 등도 조 대표의 고객들이 됐다. 마음 깊은 곳 아물지 않고 방치된 상처 탓에 쓰레기 더미를 울타리 삼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우도 있다. 범죄 피해, 취업 실패, 직장 내 스트레스, 이별·상실을 겪은 뒤 관계 단절 등 쓰레기집에는 '외부에선 보이지 않는 사연들'로 가득하다.

그는 특수청소를 통해 이들을 집밖으로 나오게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오염물을 청소할 때 필요한 화학물질 취급 기술, 환경 법령에 맞는 폐기물 처리법만큼 공간 심리학과 같은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하는 '전문직'이란 설명이다. AI나 로봇이 일률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영역인 데다 쓰레기 속에 고립된 의뢰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도 맡아야 한다.

조 대표는 "쓰레기집에 사는 분들이 죽을죄를 짓고 사는 것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잠시 그냥 손을 놓았을 뿐"이라며 "당장은 집이 어질러질 수 있지만 누구나 그런 시기는 올 수 있고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집은 비정상적이거나 손가락질을 받아야 될 일이 아니다"라며 "이분들이 빨리 (그런 상황을) 깨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고수의 숨결이 필요한 현장이 있다. AI가 일터를 뿌리부터 바꾸고 있지만 사람의 몫으로 남아있는 현장의 문제들은 그대로다. '고수의 숨'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상 속 문제가 전문가의 숨결을 거쳐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들여다본다. 장인부터 경력 전환자, 이색 직업 개척자, 지역 기반 전문가까지 다양한 고수의 이야기를 통해 AI 시대에도 대체되기 어려운 사람의 경쟁력과 전문성의 가치를 짚는다. <편집자주>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