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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어렵지만 재미있습니다
로스 그레고리 주한호주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어의 가장 큰 매력은 언어 속에 문화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반말과 존댓말에 담긴 위계질서, 눈치, 정(情), 기(氣), 한(恨), 우리, 체면. 이런 개념들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보여줘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고, 그 감정은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하다.
내가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서울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할 수 있을 만큼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커피를 주문할 정도의 한국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당시 함께 일하던 동료 대부분이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럼에도 나는 한국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초창기에는 서툰 내 한국어를 끝까지 들어줘야 했던 한국인 동료가 꽤 힘들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무역으로 성장한 한국이라면,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길 기대하기보다 한국인이 영어에 능숙해지는 편이 더 실용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나라가 부유해지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현지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이제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는 인재가 많아지면서,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임원을 채용해야 할 이유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 물론 일부 글로벌 기업은 통역과 번역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언어 능력만으로 지사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언어는 여전히 중요하다. 영어 사용이 일상화한 싱가포르나 홍콩과 달리,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내가 왜 “어렵지만 재미있습니다”라는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됐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지난주 호주 의회가 새로 발표한 보고서를 읽었다. 호주에서 아시아 언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힌디어, 일본어는 ‘우선 언어’로 분류하면서 한국어는 ‘지원 언어’, 말하자면 차순위 언어로 분류해 놓았다. 실망스러운 일이다.
다행히 이 보고서가 곧 정부 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호주와 한국의 관계는 여러 방면에서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럼에도 양국 관계의 위상을 한 단계 낮게 보는 관료가 있는 듯하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그들에게 꼭 가르쳐 주고 싶은 첫 번째 한국어 문장이 있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