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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DMC 랜드마크 용지, 70층 아파트로 끝나나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이 땅은 그냥 비어 있는 땅이 아닙니다. 서울 서북권의 마지막 핵심 개발지입니다. 상암DMC를 글로벌 업무·문화·주거 복합거점으로 완성할 수 있는 상징 부지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처음부터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남겨둔 땅이었습니다.
필자는 과거 상암DMC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총괄기획하면서 직접 수주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제안은 133층, 높이 640m 규모였습니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세계적인 초고층 랜드마크를 서울에 세우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단순히 높은 빌딩 하나를 짓자는 계획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을 세계 도시로 보여줄 수 있는 상징물을 세우자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결국 멈췄습니다. 서울시와 사업자 간 이견이 있었고, 시장 여건도 바뀌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공급공고가 나왔지만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었습니다. 토지 가격은 높고, 의무적으로 넣어야 하는 용도는 많고,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용도는 제한됐습니다. 국내 사업자는 물론 해외 디벨로퍼도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이번에는 조건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시는 지정용도 비율을 기존 5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기존 30%였던 주거비율 제한도 없앴습니다. 국제컨벤션 의무도입 기준과 용도별 최소비율 기준도 삭제했습니다. 시장에서 실제 사업을 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입니다.
방향은 맞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부족한 용도는 주거입니다. 오피스와 상업시설만으로는 초대형 복합개발의 사업성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호텔, 전망대, 업무시설, 문화시설이 들어가더라도 결국 초고급 주거와 장기체류형 레지던스가 결합돼야 금융 구조를 짤 수 있습니다. 세계 주요 초고층 랜드마크도 대부분 복합용도입니다. 주거를 빼고 초고층 랜드마크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높이입니다. 사업성을 이유로 70층 안팎의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된다면 상암DMC 랜드마크 용지는 이름만 랜드마크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 서북권의 마지막 핵심 부지를 단순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쓰는 셈입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이나 압구정 재건축 단지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상암DMC는 더 크게 봐야 합니다. 서울에는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층 랜드마크가 없습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있지만, 서울을 세계 관광객에게 각인시키는 상징물은 더 필요합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도 초고층 계획이 거론되지만 주변 개발계획과 경관 조화, 업무·주거 복합 구조를 감안하면 세계 최고층 경쟁을 하기에는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상암DMC는 다릅니다. 넓은 부지, 한강과 월드컵공원, 공항 접근성, 디지털미디어 산업 기반, 서울 서북권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제대로 기획하면 서울의 미래 스카이라인을 바꿀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곳이 70층대 주거단지로 끝난다면 서울은 다시 한번 세계적 랜드마크를 세울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지금 세계 최고층 경쟁은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는 높이 828m로 오랫동안 세계 최고층 건축물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타워가 1000m 이상 높이로 다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다타워가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 타이틀은 두바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단순히 10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을 하나 더 짓는 것으로는 세계의 눈을 끌기 어렵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망대,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과 레지던스가 결합돼야 합니다. 상암DMC 랜드마크가 1200m 이상 초고층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물론 1200m 높이 건축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용적률, 항공고도, 교통영향, 구조안전, 피난, 소방, 사업비, 금융 조달까지 모두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주변 기반시설도 지금 기준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낮춰 잡으면 세계적인 랜드마크는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초고층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비전의 문제입니다.
부르즈 칼리파도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 아닙니다. 호텔, 레지던스, 기업용 스위트룸, 전망대가 결합된 복합 수직도시입니다. 초고층 건물에서 주거 비중이 높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초고층 프로젝트에서는 주거와 호텔, 장기체류 시설이 사업성을 떠받치는 핵심 용도가 됩니다.
상암DMC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고층 주거, 세계적 호텔, 장기체류형 레지던스, 글로벌 기업 업무공간, 전망대, 미디어·콘텐츠 시설, 쇼핑·문화시설이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낮에는 업무와 관광객이 오고, 밤에는 전망대와 야간 경관이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건물 하나가 아니라 도시의 목적지가 됩니다.
서울 관광도 이제 새로운 상징이 필요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서울에서 반드시 봐야 할 미래형 도시 랜드마크는 아직 부족합니다. 명동, 경복궁, 성수동, 홍대입구, 한강은 각각 강점이 있지만, 세계 최고층 전망대처럼 강력한 목적형 관광 콘텐츠는 제한적입니다. 상암DMC 랜드마크가 제대로 지어지면 서울 서북권 전체의 관광 동선이 바뀔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층 건축물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도시의 브랜드입니다. 두바이는 부르즈 칼리파 하나로 도시 이미지를 바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제다타워를 통해 새로운 관광·투자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도 이제 그런 상징물이 필요합니다.
서울시는 이번 평가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만 봐서는 안 됩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아니라, 서울의 미래 랜드마크를 조성할 수 있는 사업자를 골라야 합니다. 초고층 기술력, 자금 조달 능력, 글로벌 호텔·관광 콘텐츠 유치 능력, 주거와 업무의 복합 운영 능력, 공공기여 계획을 함께 봐야 합니다.
상암DMC 랜드마크 용지는 한번 개발되면 다시 기회가 오기 어렵습니다. 70층대 주거단지로 개발하면 사업은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랜드마크가 아닙니다. 서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땅을 단순 고급 주거단지로 쓰는 일입니다.
서울은 더 큰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상암DMC에는 세계 최고층에 도전하는 초고층 랜드마크가 들어서야 합니다. 적어도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사업자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땅을 갖고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서울에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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