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강남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변 재건축의 층수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35층 안팎으로 묶였던 단지가 49~6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다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조합으로서는 초고층 랜드마크 단지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초고층 재건축을 단순히 집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경관입니다. 같은 용적률이라면 낮고 넓게 짓는 방식보다 높고 가늘게 짓는 방식이 오히려 도시 경관을 더 좋게 할 수 있습니다. 층수를 높이면 동 수를 줄일 수 있고, 동 간격도 넓어집니다. 한강에서 바라볼 때도 건물 사이 통경축이 생기면 남산과 관악산, 도심 스카이라인이 더 잘 보입니다.

과거 한강변 아파트는 대체로 비슷한 높이와 비슷한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긴 콘크리트 벽처럼 보이는 구간도 적지 않습니다. 한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가면 강변의 도시 경관보다 아파트 정면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많습니다. 한강이라는 세계적인 수변 공간을 갖추고도 도시의 입체감과 야간 경관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셈입니다.

서울시가 35층 높이 규제를 폐지한 뒤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몇 층 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여건과 경관계획에 맞춰 층수를 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강변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는 60층 이상 초고층 계획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는 이미 최고 35층, 816가구 규모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지입니다. 최근에는 최고 49층, 792가구 규모로 계획을 바꿔 서울시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했습니다. 서울시는 이 단지에 대해 주변 재건축 단지와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매봉산에서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통경축을 확보해 도시경관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초고층 전환의 핵심이 단순한 높이 경쟁이 아니라 경관과 보행 네트워크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잠실 우성4차도 최고 32층에서 49층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9개 동을 7개 동으로 줄이는 구상입니다. 동 수가 줄어들면 같은 단지 안에서도 개방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조망과 채광이 좋아지고, 주변에서는 막힌 벽처럼 보이던 단지가 더 열린 형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촌동 한강맨션도 35층 계획에서 59층 안팎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최고 64층, 1439가구 규모 계획으로 통합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압구정2구역도 최고 66층, 2381가구 규모로 통합심의를 조건부 통과했습니다. 한강변의 주요 정비사업이 동시에 층수를 높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35층보다 49층, 66층이 더 나을 수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파트를 낮고 길게 배치하면 한강변을 가로막는 벽이 됩니다. 반대로 건물을 높이고 동 수를 줄이면 건물 사이가 열립니다. 이 공간이 통경축입니다. 통경축이 확보되면 한강과 도심, 산과 공원이 시각적으로 연결됩니다. 도시가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홍콩의 야경이 관광상품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빅토리아하버를 사이에 두고 초고층 오피스와 주거 건물이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매일 밤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공연장처럼 바꿉니다. 관광객은 건물 하나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 경관 전체를 보러 갑니다.

서울은 한강이라는 훨씬 넓은 수변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강변은 세계적인 야간 경관 관광지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파리 센강처럼 고전 건축물과 문화유산이 이어지는 강변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서울은 서울다운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초고층 건축과 수변 공원, 보행교, 야간 조명, 유람선 관광을 함께 묶어 미래 도시형 관광 자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부산 해운대와 센텀시티는 이미 이런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마린시티와 해운대 일대 초고층 건축물은 바다, 요트, 야경과 결합해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자연경관만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돼야 합니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단순히 조합원에게 더 좋은 조망을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라,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다시 설계하는 사업입니다. 건물 높이를 올리는 대신 저층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한강 접근로를 만들고, 공공보행로와 공원, 문화시설을 넣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초고층이 사적 이익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자산이 됩니다.

물론 초고층이 모든 문제의 답은 아닙니다. 무조건 높게 짓는다고 좋은 도시가 되지는 않습니다. 바람길, 일조, 교통, 피난, 소방, 기반시설 부담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고층 건물은 오히려 경관을 해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배치와 공공성입니다.

앞으로 한강변 재건축은 층수 논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35층이냐, 49층이냐, 66층이냐만 따질 일이 아닙니다. 얼마나 열린 단지를 조성할 것인지, 한강과 시민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도시 스카이라인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서울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하지만 한강변 경관은 아직 그 위상에 맞게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낡은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는 사업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한강변을 미래 도시관광의 기반시설로 다시 설계하는 기회가 돼야 합니다. 초고층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높이 그 자체가 아니라, 더 넓게 열리고 더 멀리 보이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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