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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글로벌 차세대 민항기 개발 사업에 ‘팀코리아’ 방식으로 뛰어든다. 그동안 보잉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단순 협력사 역할만 한 한국 기업이 앞으로 민항기 설계·개발 단계부터 위험 분담 협력파트너(RSP)로 공동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100여 개 기업과 우주항공청 등 관계부처는 2028년 차세대 민항기 개발 사업 참여를 목표로 연내 팀코리아 출범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주요 항공 관련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상용기 제작사가 차세대 민항기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2028년 보잉과 에어버스, 엠브라에르 등이 200석 이상 차세대 중소형 항공기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기업을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묶어 공동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RSP다. RSP는 개발비와 기술적 위험을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초기 설계부터 참여해 장기간 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과 이탈리아 등이 정부 지원 아래 RSP를 활용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키웠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중소형 및 대형을 합친 전체 민항기 세계 시장 규모는 2031년 9734억달러(약 145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韓, 보잉·에어버스 파트너 참여…"민항기 독자 개발 목표"
KAI·대한항공 등 100여곳 '차세대 민항기' 도전

보잉이 2003년 차세대 여객기 B787 드림라이너(프로젝트명 7E7) 개발에 착수하자 일본은 핵심 위험분담 협력파트너(RSP) 자리를 따냈다. 일본 정부가 2000년대 초부터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후지중공업 등을 묶은 컨소시엄을 꾸려 선제적으로 준비한 결과다. 일본은 B787 제작에서 전체 사업의 약 35%를 분담하며 세계 민항기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했다. 한국이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팀 코리아’도 2028년 차세대 민항기 개발에 발맞춰 RSP 참여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대한항공 ‘보잉 747-400’.   뉴스1
대한항공 ‘보잉 747-400’. 뉴스1

◇“공동 개발 해볼 만하다” 속도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축을 이룬 팀 코리아는 이달 우주항공청 및 관련 부처와 보잉, 에어버스 등의 차세대 민항기 공동 개발 참여 수준을 논의할 계획이다. 핵심 부품 설계부터 기체 제작까지 다양한 참여 범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팀 코리아는 연내 출범이 목표다.

이번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이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우주위원회 회의에서 “차세대 중형 민항기 국제 공동 개발팀 구성은 해볼 만하니 기획해보라”며 “외국 정상들과 얘기하다 보면 한국 첨단산업에 관심이 매우 높아 공동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민항기 개발은 수십 년 동안 국내 항공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다.

업계는 보잉과 에어버스 등이 2028년께 차세대 중소형 항공기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 기업을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묶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민항기 개발에 참여하면 후속 생산과 부품 공급,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항공기 엔진 개발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무인기와 경항공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4500파운드급 엔진을 개발한 뒤 장기적으로 중형 민항기에 적용 가능한 2만 파운드급 엔진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KAI가 부품을 공급해온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와의 공동 개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종출 KAI 사장은 국가우주위원회 회의에서 “브라질 등 항공 강국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면 개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보잉과 에어버스도 유력한 협력 대상이다.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두 기업에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보잉이 한국 협력사에서 구매한 부품은 3억2500만달러 규모로 전체 구매액의 약 1%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공동 개발 참여를 계기로 한국의 민항기 생태계가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민항기 개발 과제도

팀 코리아는 우선 국제 공동 개발을 통해 기술력과 글로벌 신뢰도를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독자 민항기 개발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독자 민항기 개발은 녹록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중형 민항기 한 기종을 개발하는 데만 15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의 국제 인증까지 통과해야 상업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미쓰비시항공이 MRJ(현 스페이스젯)를 독자 개발했지만, 인증과 개발 지연을 극복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됐다. 에어버스는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이 공동 개발에 나서 보잉의 대항마로 성장했다. 업계는 국제 공동 개발 경험을 축적하면 장기적으로 독자 민항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성은 충분하다. 에어버스는 2026~2045년 전 세계에서 신규 민항기 4만2060대가 인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이 개발 참여를 추진하는 중소형 항공기가 3만3920대로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민항기는 기술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 자본과 인증, 공급망이 모두 필요한 국가 프로젝트”라며 “공동 개발 경험이 쌓이면 한국형 민항기 개발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노유정/송준영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