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닭강정보이와 핫도그걸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직관하는 즐거움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 못지않게 색다르게 즐길 먹거리에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야구장과 축구장 등에서 음식을 사 먹으려면 매점 앞 긴 대기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불편함은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결정적 순간을 놓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동안 분명한 이유도 없이 관람석을 돌며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한 탓이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이동하며 음식을 판매하는 문화는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는 100년 전부터 관람석 사이를 누비며 “핫도그”를 외치는 이동 판매원이 있다. 1910년대부터 선수로 뛴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가 경기 휴식 시간 핫도그를 엄청나게 먹어 치웠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2016년 관람석 생맥주 판매원인 ‘맥주보이’ 퇴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야구팬들의 거센 반발을 부른 끝에 겨우 퇴출을 면했다.

이제 맥주보이에 이어 ‘닭강정보이’와 ‘핫도그걸’이 스탠드를 누비며 음식을 팔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권해석을 통해 야구장 등 체육시설의 조리식품 이동 판매를 허용하기로 해서다. 앞으로 핫도그, 닭강정, 추로스는 물론이고 온도를 유지한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까지 자리에 앉아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고 편리하게 시원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변화다.

이번 규제 완화는 단순히 관람객 입을 즐겁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업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남긴 열기가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면 좋을 것이다. 관람석 먹거리 판매 문턱을 낮춘 규제 합리화가 다른 분야로도 확산하길 바란다. 자세히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데 이런저런 제약이 남아 있는 분야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닭강정과 핫도그를 손에 쥔 팬들의 함성이 가득 찬 스포츠 경기장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