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주택연금 이중상한 풀어야
한국 고령층의 높은 빈곤율은 사실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고정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이지만 순자산만 따지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우선 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말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의 빈곤율은 39.7%다. OECD 회원국 중 최고일뿐더러 평균치(14.8%)의 세 배에 육박한다.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일 때 ‘상대적 소득 빈곤(relative income poverty)’으로 정의하는 계산법 때문이다.

은퇴 전과 비교하는 소득대체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3.4%인데, 회원국 평균은 43.0%다. 한국 노인들이 전체 소득의 49.9%를 직접 일해서 충당(국민연금연구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순자산은 무척 여유 있는 편이다. 10년 넘게 OECD 내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60대 이상은 가장 부유한 세대다. 한국은행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24년 기준 5억1922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 대비 15.7% 많은 수치다. 39세 이하와 비교하면 2.3배 많다.

가난하지 않은데 쓸 돈이 부족한 노인들. 자산 대부분이 주택과 토지 등 비유동성으로 묶여 있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주택금융공사가 2007년 7월 도입한 주택연금은 수백만 가구에 달하는 ‘하우스푸어’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살던 집에 거주하면서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현금흐름을 확보해준다는 점에서 노후 안전망 중 하나로 꼽힌다.

집을 담보로 맡긴 뒤 집값이 뛰면 상승분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 집값이 떨어져도 약속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재산세 부담 또한 덜 수 있다.

하지만 가입자는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5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가 15만7000명을 넘어섰지만 해지자도 3만8000명에 달했다. 이 중 70%는 사망으로 인한 경우가 아니라 자발적 해지자다.

핵심 원인 중엔 가입·지급 기준이라는 ‘이중 상한’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공시가격이 12억원(시세 기준 17억원 안팎)을 넘으면 주택연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고가주택 보유자로까지 정책 대상을 넓히는 데 부담을 가지는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12억원 초과 주택은 이미 48만 가구를 넘어선 상태다. 서울 아파트만 떼어 보면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총대출한도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평생 받을 수 있는 연금 담보대출의 총액은 수년째 6억원으로 묶여 있다. 집값이 15억원이든, 10억원이든 매달 수령하는 연금에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총대출한도를 이렇게 묶어두는 건 연금 가입자의 장수(長壽) 및 집값 하락 리스크 때문이란 게 주금공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가주택 가입자에 한해 초기 보증료나 연보증료를 차등화하는 식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문제다. 애초 주금공이 벤치마킹한 미국의 역모기지론(HECM) 역시 집값·대출 상한을 두기보다 보증 한도를 조절해 역차별을 막고 있다.

주택연금은 공공기관이 설계한 상품이지만 가입자가 본인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긴다는 점에서 복지 수당과 확연히 구분된다. 주택연금을 활성화하면 고령 빈곤층 38%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한국은행)도 있다. 주택연금이 이래저래 정부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시행 20년째를 맞은 주택연금에 더 많은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