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7월 13일 오후 5시36분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정보 유료 플랫폼인 '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게재됐습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조 단위 반도체 공장 건립에 외부 자금을 받을 수 없었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규모가 2019년 120조원에서 6년 사이 600조원으로 불어나는 동안에도 무거운 짐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13일 국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계기로 증손회사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주기로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주도권 유지와 지방 분권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더 이상 규제만 고집하기 힘들다는 실용적 판단이 자리했다. 비수도권 의무화, 이중 심사 장치 도입 등의 요건을 구체화한 당정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수도권 예외 장치’ 삭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부 등과 협의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했다. 작년 말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표한 지 약 7개월 만에 구체화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현행 100%에서 50%만 소유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제34조의 2 등)했다.
[단독] SK하이닉스, 호남팹 합작 투자 가능…수십조 재무부담 던다
대신 조건을 달았다. 우선 증손회사는 서울 경기 인천 외 비수도권 지역에 주사무소 등을 둬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등 수도권 성장관리권역에는 예외를 허용하려고 한 내용은 빠졌다. 혜택을 받으려면 당초 공정위 심사에 더해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심사까지 받아야 한다. 의결 이후엔 5년 단위로 재심의한다. 이 밖에 산업부 장관의 ‘첨단기업확인서’ 발급, 국민성장펀드 내 첨단전략산업기금 출자 등의 요건도 생겼다. 산업단지에 대한 특례(제34조의 3 등)가 신설되는 것도 특징이다. 산단의 용지와 공장은 다 지어야 임대·처분이 가능하지만, 국가전략기술 기업은 완공 전 미리 임차를 확정할 수 있다.

당정은 오는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 공정위가 지주사 지분을 규제하는 기반인 ‘경제력 집중 억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라며 “첨단산업법을 통한 예외적 완화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고 입법에 속도를 내는 데도 유리하다”고 했다.

◇ 반도체 합작 투자 대세로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다. 반도체 메모리 공정이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초반으로 미세화하면서 이에 필요한 설비 구축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산업의 경기 변동성도 부담이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3년 전엔 영업손실을 낸 회사였다.

SK하이닉스 같은 회사들은 초기 현금 투입과 차입 부담을 크게 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장(팹)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전략적투자자(SI)와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산업은행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참여시켜 투자비를 절반가량 분담할 수 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위험을 외부와 분산할 수 있어 업황이 악화하더라도 설비투자를 유지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강소기업 인수합병(M&A)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이 같은 위험 요인을 낮추기 위해 공동 투자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인텔은 2022년과 2024년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아폴로와 각각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장 투자비를 분담하는 ‘스마트 캐피털’ 전략을 도입했다. 국내 다른 지주회사 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그룹은 LG화학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비수도권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하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시은/강해령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