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현대건설이 올해 처음으로 수주잔액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미국 원전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대형 수주가 예정돼 있어서다. 취임 3년 차를 맞은 이한우 대표의 ‘실용주의 리더십’이 수주 경쟁 강화는 물론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유연한 소통 체계를 구축해 기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0년 '위계 문화' 허물고 혁신 구축한 이한우

◇에너지사업·소통문화 ‘투트랙 혁신’

13일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말 101조9800억원의 수주잔액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95조890억원)보다 약 7조원 늘어나 사상 첫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원전과 플랜트 등 에너지 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 하반기 미국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 본계약을 비롯해 페르미 마타도르 프로젝트, 파푸아뉴기니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등 대형 수주를 앞두고 있다. 플랜트, 송변전, 건축, 토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중동에서도 전후 재건 수혜가 기대된다.

1947년 설립된 현대건설이 건설업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넘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건설 역사상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대표이자 첫 1970년대생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2024년 11월 취임 이후 현장 경영과 실용주의를 앞세워 조직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장 중심 소통 강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매주 각 실과 현장 구성원을 직접 만나는 ‘대표이사 실속 토크’를 이어가고 있다. 일방적으로 비전을 전달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 전략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의견과 건의 사항을 듣는 양방향 소통 프로그램이다. 올해 7월 기준 총 45회 일정 가운데 28회가 진행됐다. 본사 35개 실과 3개 현장에서 총 14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취임 직후 사장실을 직원들에게 개방하고 이메일과 메신저 등으로 보고받는 등 업무 절차도 대폭 간소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전이나 SMR은 단 1㎜의 오차나 작은 부주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누구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옛날 방식으론 미래 먹거리 선점 못해”

이 대표는 조직의 허리이자 현장 사령탑인 리더들의 변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본사 모든 팀장과 국내외 현장소장을 대상으로 ‘굿 리더 360°리뷰’ 제도를 도입해 팀원과 상사뿐 아니라 협업 부서까지 다면평가를 받도록 했다. 스스로 역량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해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올해는 소통·인정, 존중·배려, 격려·칭찬, 성장·육성, 협업·시너지 등 ‘하이파이브’ 행동 원칙을 제시했다.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각 본부와 단위 조직별로 AI 리더를 선발하고 임직원들이 AI 활용법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커뮤니티인 ‘AI 플레이그라운드’를 운영한다. 온라인 체험 부스인 ‘AI 플레이데이’를 통해 모든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최신 AI 기술을 접하고 실무에 적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생산·이동·소비를 아우르는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독보적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임직원 모두가 회사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