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입시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가오카오(중국 대학 입학 시험) 성적 발표 뒤 짧은 시간 안에 지원할 대학·학과를 골라야 하는데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의 AI 서비스가 추천을 대신해주고 있어서다.

고가의 입시 컨설팅을 이용하기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해 입시 정보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질문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력하고 답변을 얼마나 정확하게 검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AI가 기존 입시 불평등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텐센트·바이두, 가오카오 시즌 'AI 특수'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가오카오 직후 중국 전역에서 AI 챗봇을 활용한 입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에선 1290만명이 가오카오를 치렀다. 같은 달 말 성적이 발표되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며칠 안에 대학과 전공을 결정해야 했다. 수백개 대학이 수천개 전공을 운영하고 있고, 대학뿐 아니라 개별 전공의 명성과 취업 전망도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택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대학 입시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입시 정보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는 있지만 프롬프트 격차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신화연합
중국 대학 입시 시장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입시 정보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는 있지만 프롬프트 격차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신화연합
이 과정에서 중국 빅테크의 AI 서비스가 빠르게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14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알리바바의 퉁이첸원 AI 비서에 탑재된 대학 입시 지원 서비스를 이용했다. 바이두도 같은 시기 약 1500만명의 학생이 자사의 AI 대학 지원 도우미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텐센트의 위안바오 챗봇에는 대학입시 관련 질문이 약 8000만건 접수됐다.

과거 중국 중산층 가정의 상당수는 자녀의 대학과 전공 선택을 돕기 위해 비싼 입시 컨설턴트를 고용해왔다. 가족과 직업상의 인맥, 유명 입시 전문가까지 동원해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가정은 학교 교사나 친척,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유명 입시 인플루언서의 조언에 의존해 대학 입시 전략을 짰다. 이런 상황에서 AI 챗봇이 정보 접근의 차이를 일부 줄이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예전엔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전국 대학별 입학 가능성, 전공별 취업 전망, 대학 소재 도시의 생활비와 장단점 등을 한꺼번에 AI 챗봇이 제공하고 있어서다.

특히 AI는 복잡한 중국 대학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더 활용도가 높은 구조다. 중국 대학 입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시험 성적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좌우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도 높은 성적을 거두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지만 성적 발표 이후 지원 전략을 세우는 과정은 매우 복잡한 편이다.
사진=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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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기사로 일하는 장치씨는 올해 아들의 대학과 전공을 고르는 과정에서 여러 중국 AI 챗봇을 새로운 무료 상담사로 활용했다. 중국 북부 산시성에서 자란 그의 아들은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도시 선전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했지만 가족은 그동안 고향 인근 대학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는 SCMP에 "예전에는 집 근처 대학들만 알고 있었다”며 “이제는 AI가 아들의 점수로 전국 어느 대학의 어떤 전공에 지원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입시 정보 격차 줄어…프롬프트 격차는 새 변수

이렇다 보니 중국 입시 컨설팅 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대학 입시 컨설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위안(약 2222억5000만원)을 웃돌았다. 내년에는 12억2000만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그동안 입시 컨설턴트에 전공별 취업 전망, 대학생 생활비, 특정 도시에서 공부할 때의 장단점 등을 주로 문의했다.

하지만 AI가 이런 기본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단순 정보 제공형 상담 서비스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광저우의 한 입시 컨설턴트는 AI 입시 도우미의 인기가 높아지자 올해 입시철 표준 상담 패키지 가격을 기존 약 5000위안(약 111만원)에서 2999위안으로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으로 입시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대면 상담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AI가 제시한 대학·전공 추천 결과를 해석하고 지원 전략으로 연결하려는 가정들이 대면 상담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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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입시 상담이 모든 가정에 동일한 혜택을 주진 않는다. 같은 성적을 입력하더라도 프롬프트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작성하느냐에 따라 추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자녀의 시험 점수와 출신 지역만 입력하면 일반적인 답변에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학비 예산이나 희망 진로, 선호 지역 등 세부 조건을 추가하면 보다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SCMP는 "AI가 기존 입시 컨설팅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기초적인 정보 제공을 맡고 인간 컨설턴트는 맞춤형 해석과 판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지원 가능 대학 목록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AI와 경쟁하기 어려워졌지만 개별 가정의 재정 상황과 학생의 진로 목표, 성향까지 종합해 판단하는 영역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남아 있다"고 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