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레버리지ETF 없애면 해결될까
“꼬리가 머리를 흔든다” “국내 증시를 도박판으로 만들었다”.

요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삼전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쭉쭉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갑자기 요동치자 여기저기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를 증시를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낙인찍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상품 출시를 막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야당 의원들은 “상장폐지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일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려면 주가가 오를 때 더 사고, 떨어질 때 더 팔아야 한다. 이를 위한 자산 재분배(리밸런싱)가 주로 장 막판에 이뤄지면서 주가 움직임을 증폭한다.

그런데 한번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과연 증시 변동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일단 이 ETF가 상장된 5월 27일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보면 변동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일간 등락률 표준편차가 올해 들어 4.48%였는데 이 ETF 상장 이후 6.22%로 커졌다. SK하이닉스도 5.34%에서 7.31%로 확대됐다. 변동성이 30% 이상 높아졌으니 레버리지 ETF 영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ETF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인지는 다른 문제다. 온전히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때문이라면 이 기간 삼전닉스는 다른 웬만한 해외 기업보다 더 출렁여야 했다. 그런데 최근 다른 글로벌 메모리 기업은 삼전닉스보다 큰 폭으로 움직였다. 5월 이후 현재까지 통계를 보면 빅테크 중 변동성이 가장 높은 종목은 일본 키옥시아였고 2위는 미국 마이크론이었다. 표준편차는 물론 평균 절대 등락률에서도 이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웃돈다. 키옥시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없는데도 말이다.

요즘 주가 널뛰기는 세계 주요 메모리 기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론이 먼저 움직이고 그다음 날 삼전닉스와 키옥시아가 영향을 받는 패턴이 빈번하다.

삼전닉스가 요동치는 데는 레버리지 ETF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이들 기업이 속한 메모리 업종이 워낙 뜨거워서다.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돈을 벌었고, 너무 빠른 속도로 주가가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외부 변수 민감도가 커졌다. 5월 이후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조금씩 거세지고 이들의 주요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위축 가능성 등이 불거지자 주가 변동성은 극에 달했다. 그 와중에 한국은 삼전닉스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그게 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모든 것의 ‘원흉’이 됐다.

물론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여러모로 논란이 많은 상품이다.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리고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에서 조급하게 출시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간과했다. 앞서 언급했듯 변동성을 부채질하고 국민의 투기 성향을 자극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일반화된 상품인데 내놓은 지 두 달 만에 여론에 떠밀려 칼을 대는 게 적절할지는 따져봐야 한다. 허겁지겁 만들고 다시 허겁지겁 막는 건 민망하다. 최소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로의 자금 유출입과 기초주가 변동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검증한 뒤 보완해야 한다.

지난 8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인데 이 3개의 총아가 (있는 국가들이) MSCI 선진국지수에 못 들어간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지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이건 우리 시장이 작거나 상장기업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인지,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장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과거 공매도와 차액결제거래(CFD)처럼 시장이 급락하거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특정 금융상품과 거래 기법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규제하는 모습을 반복한다면 그 문턱은 더 높아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