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달라지는 노인층, 낡은 기초연금
'하위 70%' 지급 기준 유지로
17억 아파트 보유자도 수령 가능
투입예산 대비 빈곤 개선 제한적
정부, 하후상박형 제도 개편 추진
중위소득 기준 도입 등도 병행해
재정 지속가능성 기반 확보해야
이상열 편집국 부국장
17억 아파트 보유자도 수령 가능
투입예산 대비 빈곤 개선 제한적
정부, 하후상박형 제도 개편 추진
중위소득 기준 도입 등도 병행해
재정 지속가능성 기반 확보해야
이상열 편집국 부국장
지난달 하순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기초연금 개혁’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지난 10여 년간의 기초연금 통계를 다시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이 낳은 비효율이 갈수록 커지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승계한 기초연금은 출범 초기만 해도 노인 빈곤 완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989년 도입됐지만 1999년에야 전 국민 의무가입 체계를 갖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던 1930~1940년대생 다수 노인의 소득 공백을 메우고, 노인자살률 감소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운 노인까지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근로소득과 주택을 더 많이 보유한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자산 가격 급등과 함께 노년층에 진입하면서다. ‘전체 국민 중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중 소득·자산 평가액(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를 끊어내려다 보니 수급 자격 선정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
2014년 월 소득 87만원이던 수급 자격 선정 기준액(단독가구 기준)은 올해 247만원으로 올라갔다. 연평균 증가율은 9.5%로 같은 기간 평균 임금 상승률(3.4%)의 세 배에 가깝다. 2015년 기준중위소득의 절반 수준이던 선정기준액은 올해 95% 수준까지 높아졌다. 한국 전체 가구 소득의 중간값에 거의 도달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재 수급자 4명 중 1명은 빈곤선(기준중위소득 50%)을 넘는 소득인정액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극단적으로 재산만 있는 부부가 공시지가 13억원짜리 아파트(시가 17억~18억원)를 보유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모순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고도성장과 안정적 일자리, 집값 상승의 수혜를 누리고 국민연금에도 30년 안팎 가입한 86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가 기초연금 수급층에 본격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은퇴하는 2029~2030년부터는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이 기준중위소득을 넘어서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 제도를 유지하면 재정 압박도 한층 거세진다. 올해 1112만 명인 노인 인구는 2050년 1890만 명으로 증가한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780만 명에서 1323만 명으로, 지출액은 27조원에서 46조~66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3%대에서 6~7%로 높아진다. ‘노인 유권자’가 더 급증하기 전인 지금이 기초연금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이유다.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초연금을 하후상박 구조로 바꾸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소득이 0원인 노인과 수백만원인 노인의 급여액을 차등화하는 방향은 타당하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하위 70%’라는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 급여 체계만 하후상박형으로 바꾸면 예산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 하위 70%라는 정률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100%로 우선 전환한 뒤 노인 빈곤 개선 상황 등에 맞춰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많은 전문가의 제안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
기초연금 개혁의 핵심은 필요한 노인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되 재정 지속성을 함께 확보해 미래 세대 부담을 완화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인 빈곤 완화와 세대 간 형평성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