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분광(NIRS) 웨어러블 장치. 수면시간에 뇌 안의 수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무선 근적외선분광(NIRS) 웨어러블 장치. 수면시간에 뇌 안의 수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잠을 자는 동안 뇌 속 수분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무선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했다. 수면 중 뇌 노폐물을 제거하는 ‘아교림프계’ 활동을 가정에서도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 치매와 수면장애, 인지 저하 연구에 새로운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은 여운홍 조지아공과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이마에 부착해 수면 중 뇌의 수분 변화를 측정하는 무선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수면 중에는 뇌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흐르며 아밀로이드 베타 등 노폐물을 제거하는 아교림프계가 활발히 작동한다.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서 활동이 증가한다. 이 기능이 저하되면 알츠하이머 치매 등 신경계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재는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뇌척수액의 흐름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검사실에서만 측정이 가능하다. 자연스러운 수면 상태를 반복적으로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적외선분광(NIRS) 기술을 적용한 무선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했다. 피부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유연한 전자회로를 적용해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밤새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비에는 640㎚(나노미터·10억 분의 1m), 680㎚, 950㎚ 파장의 LED와 광검출기가 탑재됐다. 측정 데이터는 무선으로 전송돼 가정에서도 수면 중 뇌 수분 변화를 연속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4명을 대상으로 가정에서 16차례 야간 실험을 했다. 뇌파와 안구운동을 함께 측정해 수면 단계를 분석한 결과 비렘(NREM) 수면으로 진입할 때는 뇌 수분 신호가 증가했고 렘(REM)수면으로 전환될 때는 감소하는 일정한 패턴이 확인됐다. 이 같은 변화는 뇌파로 확인한 수면 단계 전환 시점과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웨어러블 장비가 실제 뇌 내부 변화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집에서 수면 중 뇌 수분 변화와 아교림프계 활동을 연속 측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정상인과 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관련 데이터를 구축하고 수면무호흡증 치료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홈케어 형 뇌 모니터링’과 ‘아교림프계’ 중심의 연구는 글로벌 바이오·의료기기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교림프계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미 로체스터대 마이켄 네더가드 교수 연구팀 이후 수면 중 뇌 노폐물 배출과 알츠하이머 관련 단백질 축적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미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 교수 연구팀이 패치형 무선 생체센서를 통해 다양한 생리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윤창호 교수는 “아교림프계 활동을 자연스러운 수면 환경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것은 신경계 질환 연구의 오랜 과제였다”며 “표준 검사와의 비교 검증을 거쳐 기술이 발전하면 수면장애와 노화, 인지 저하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