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지혜 인천 연수구의원의 사퇴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정일영 의원실
지난 10일 민주당 관계자들이 한지혜 인천 연수구의원의 사퇴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정일영 의원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민의를 저버린 선택, 반드시 모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는 글을 SNS에 업로드했다. 자신의 지역구(인천 연수을)가 위치한 연수구의회의 내분을 다룬 이 글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단박에 화제가 됐다. 정 의원은 "연수구의회 의장과 부의장을 국민의힘에서 모두 차지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신뢰를 저버린 한지혜 구의원이 모든 책임을 질 때까지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썼다.

정 의원에 따르면 초선인 한 구의원은 6·3 지방선거 연수구 마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입당은 작년이었지만 당내 3인 경선도 뚫었다. 하지만 연수구의회가 출범한 지 이틀 뒤인 3일 한 구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해 무소속이 됐고, 여야가 7석씩 동수였던 구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돼 의장·부의장 선거를 석권했다. 한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협치 현수막'을 당선 인사로 내걸고 나서 같은 당 인물에게 모욕적 발언을 들었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 연수을 지역위원회는 즉각 "'먹튀 탈당' 한 구의원은 사퇴하라"고 항의했다.

당원 주권 시대 '4無 공천'의 명암

지방선거 이후 기초의회 원구성 과정의 파행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주로 시장·군수에 이어 의전 서열 2위인 의장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다선들이 탈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번에도 동두천시의회, 경남 사천시의회에서 재선 이상 민주당 시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다만 연수구의회의 사건은 작년 입당한 초선 당선자의 탈당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의 주목받았다. 정치권에선 한 의원 사례를 개별 의원의 탈당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일부 지역위원장 국회의원들은 "언제든 우리 지역에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작년 8월 대표로 선출된 뒤 민주당에선 '당원 주권 시대'를 내세운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4무(無) 공천'이다. 정 전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겠다"며 △억울한 공천 △도덕적 결함 있는 부적격자 △낙하산 △부정부패가 없는 공천 등 4무 공천을 도입했다. 지역위 사당화,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공천에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로 당원의 호응을 얻었다. 정 대표는 이를 "공천권을 당원에게 돌려드리는 공천 혁명"이라 표현했다.

다만 취지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부작용이 생겨났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 얘기다. 앞서 불거진 중앙당이 4무 공천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실제 지역위를 꾸려가는 데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한 여당 의원은 "부적격 사유만 없다면 계엄 이후 거리를 지키며 당에 헌신한 인물이나 새로 입당한 사람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경선을 나갔다"며 "지역위 활동 이력보다는 독자 세력을 통한 표 동원력이나 들쑥날쑥한 가산점 문제 등의 영향이 커져 지역위 운영에 필요한 인물이 낙마한 경우도 적잖았다"고 토로했다. 한 구의원 사례가 지역에 발생해도 이젠 '왜 당에 충성하지 않느냐'고 압박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대의원 미달 사태, 이제 시작일 것"

4무 공천과 함께 당원주권 시대를 상징하는 또 한 가지 제도가 '1인1표제'다. 기존 대의원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17표가 주어져 일반 권리당원(1표)보다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지난 2월 정 전 대표 지도부 시절 1인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가 모두 1표로 같아졌다. 이번 전대에서도 적용되는 규칙이다. 당초 1인1표제는 전략지역(취약지역)인 영남권에서 도입 요구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당원들 요구가 컸던 제도다. 마찬가지로 특정 인물이 지역위를 사당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묘수'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작 당헌·당규 개정 이후엔 "대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지역위 현장 목소리가 거세지는 분위다. 여당 한 의원은 "최근 지역·전국대의원 공모 기간에서 수도권, 영남권 일부에서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며 "대의원 당비가 월 5000원으로 권리당원(1000원)보다 5배 더 비싼데 지역위 일만 더 떠안는다면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특히나 영남권처럼 민주당의 세력이 약한 지역에 대의원이 더 많이 배정돼 일종의 '보정장치' 역할을 해왔는데, 향후엔 호남권과 수도권의 영향력이 더 과표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1인1표제의 도입 취지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반대하면 당원들에게 '좌표'가 찍히는 분위기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대의원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당원들에게 어떤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성숙한 의사 결정 환경을 만들 것인지를 다음 당대표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