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1년을 맞은 발레리노 전민철(22)이 전막 발레 무대로 돌아온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김선희 명예교수의 안무작 '인어공주'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헝가리 국립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로 도약한 발레리나 이수빈(28)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한국경제 아르떼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두 사람을 9일 경기도 화성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오른쪽)과 헝가리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이수빈. 문덕관 사진작가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오른쪽)과 헝가리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이수빈. 문덕관 사진작가
두 무용수에게 이번 '인어공주'는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마린스키 입단 후 숨가쁜 1년을 '경험과 배움'이란 단어로 요약한 전민철은 "늘 한국의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며 "스승님의 안무를 빛내고 한국팬들의 갈증을 해소해 드리고 싶어 바쁜 일정 중에도 주저없이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이번 시즌을 퍼스트 솔리스트로 마무리한 이수빈 역시 한국 무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안무, 의상 모든 것이 리뉴얼된 이번 작품에서 인어공주와 각 캐릭터간의 관계성이 더 탄탄해졌다"며 "유럽 특유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이번 무대에서 풍성하게 녹여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예종 선후배인 두 사람은 이 무대 리허설을 통해 처음 마주했다. 음악도, 안무도, 파트너도 모두 처음인 상황에서 두 사람은 연습실을 지키며 치열하게 합을 맞추고 있었다. 전민철은 "러시아에 있을 때 단 5일 만에 전막을 올리거나 단 한 번만 맞춰보고 무대에 서는 스파르타식 일정에 단련된 덕분인지, 준비 기간이 짧다는 걱정보다는 오히려 이 긴장감과 낯선 설렘을 즐기게 된다"며 파트너십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수빈은 전민철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고 말했다. 그는 "민철의 눈이 활활 타오르는 걸 봤는데 발레와 뜨거운 연애를 막 시작한 사람 같았다"며 "그 신선한 에너지가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민철은 "동화 속 왕자에 제가 해석한 드라마를 더해 관객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다.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오른쪽)과 헝가리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이수빈. 문덕관 사진 작가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오른쪽)과 헝가리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이수빈. 문덕관 사진 작가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단련해 온 시간은 이들을 한층 더 단단한 예술가로 성장시켰다. 전민철은 지난 1년간 마린스키의 베테랑 발레리나들과 수없이 호흡을 맞추며 "남자 무용수로서의 파트너십과 능력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이어 부다페스트에서 외로움을 견뎌낸 이수빈은 "비어 있는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결국 사람뿐이었다"라며 동료 및 친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자신을 지켜낸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에게 발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 자체다. 군복무 기간, 춤이 없던 시절이 가장 괴로웠다는 전민철은 "춤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고 다시 출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었다"며 무대 위 관객의 환호에서 가장 큰 위로를 얻는다고 고백했다. 이수빈 역시 발레를 "미우면서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오래된 연인"에 비유하며 "두려움 없이 시도하는 민철이를 보며 10년 뒤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전성기를 써 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섬세한 선이 만날 '인어공주'는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화성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