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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의 시각] 괴롭힘 금지법 7년 '빛과 그림자'
백승현 좋은일터연구소장
주요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 임원 커뮤니티(한경 CHO 인사이트 포럼)를 운영하다 보니 수시로 듣게 되는 얘기들이다. ‘덕분에’와 ‘때문에’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법, 바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3) 이야기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다. 아무리 논란의 제도라지만 7년이나 흘렀는데도 안착은커녕 기업 현장의 혼란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정부, 괴롭힘 보호범위 확대 추진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선언하고, 괴롭힘 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ILO 협약 190호는 계약 형태에 관계없이 일터의 모든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성적·경제적 해를 끼치는 행위와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즉 현행법으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만, 앞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선한 취지를 앞세운 과속 입법의 폐해를 수없이 봐온 것처럼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숙제가 몇 가지 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2는 괴롭힘을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괴롭힘 발생 시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는 조사 의무와 행위자 조치 및 피해자 보호 의무가 부과되며, 혹여 피해자에 대해 불이익 처우를 하면 형사처벌(제76조의 3)하도록 돼 있다.
근로기준법에 괴롭힘과 관련된 조문은 딱 두 가지다. 법문에서 보듯이 근로자에게는 용이한 신고 ‘권한’이, 사용자에게는 신고 접수 이후 ‘의무’만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에만 1만6373건에 달했다.
'가짜신고' 줄일 방법도 마련해야
그렇다면 신고된 사건의 결말은 어땠을까. 지난해 처리 완료된 1만5655건 중 기소된 사건은 101건(0.6%)이었고, 과태료 부과는 231건(1.5%)이었다. 신고는 쏟아졌지만 실제 괴롭힘이 문제가 된 사건은 100건 중 2건에 불과했다는 얘기다.통계가 보여주듯이 괴롭힘 신고의 대다수는 민감 혹은 허위 신고, 아니면 신고를 빙자해 또 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경우다. 그럼에도 법은 사용자에게 조사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어찌 됐든 결론이 날 때까지 조직은 갈등 속에 상처를 입는다. 괴롭힘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민원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근로감독관은 또 어떤가. 괴롭힘 금지법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근로감독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호 사각지대 해소, 제도 개선도 좋다. 하지만 보호 범위부터 넓히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무엇이 괴롭힘인지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게 그 출발점이다. 아울러 징계·전보·평가 등 인사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악의적인 신고에 대해서는 엄중히 사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는 7년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