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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5일 만에 죽음으로 독립한 딸"…남유림 작가 '단정한 작별'
신간 '단정한 작별'
남유림 지음
도서출판 독 / 230쪽│1만 5000원
남유림 지음
도서출판 독 / 230쪽│1만 5000원
출생 직후 중증 장애 판정을 받은 딸의 탄생부터 작별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한 에세이가 출간됐다.
9일 도서출판 독에 따르면 저자 남유림은 신간 '단정한 작별'을 통해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 10년 7개월(3865일)간 중증 장애를 앓다 세상을 떠난 딸 해든의 생과 사,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삶을 치밀하게 복기했다. 저자는 딸의 영정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대신 기록하기를 선택하며 비극을 소비하지 않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
책은 혈육을 잃은 슬픔을 다루면서도 감정의 과잉이나 신파를 철저히 배제했다. 저자는 간병의 한계 속에서 한때 죽음을 갈망했던 내면의 실체를 스스로 해체하며, 죽음을 꿈꿨다는 자조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내놓겠다는 단호함이 교차했던 모순된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또한 중증 장애 아동의 보호자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절대적인 고독과 무력감, 가족 전체의 삶을 뒤흔드는 장애의 현실적 실상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돌봄의 과정에서 한 개인의 정체성이 마모되어 가는 감각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흐트러짐 속에서도 삶의 품위를 유지하려 분투했던 흔적을 전했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이 단순한 장애 환아 투병기나 희생 신화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잃은 뒤에도 하루를 살아내야만 하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언젠가 사라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눈앞의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평생 지워지지 않을 슬픔과 다정하게 동행하는 법에 관한 고찰이다.
소중한 존재를 잃어본 사람, 삶의 무게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사람,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단정한 기록은 용기와 위로를 건넬 것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