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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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인성이 도전의 연속이었던 '호프' 촬영 현장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홍진 감독의 '집요함'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랐다고 했다.

조인성은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호프' 인터뷰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촬영했다"면서도 "저도 제가 다 찍을 줄 몰랐다. 무술팀도, 승마팀도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에서 갑자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동네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호프'에서 조인성은 남다른 생존 본능을 지닌 캐릭터 '성기'를 통해 날 것의 야생적 매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성기는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마을의 한심한 청년이다. 고씨 노인의 싸움소를 참혹히 죽인 짐승을 쫓아 산속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일생일대의 원수를 만난다.

조인성은 깊은 숲과 광활한 국도를 오가며, 말을 타고 펼치는 난이도 높은 액션과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추격씬을 직접 소화해 긴장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완성했다.

조인성은 "저도 제가 직접할지 몰랐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호프'는 20세기에 등장했던 액션 영화들처럼 모든 스턴트를 CG 도움 없이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고 촬영했다. 위험천만해 보였던 장면도 조인성은 CG 없이 모두 소화했다.

위험해 보이는 장면을 촬영한 후 조인성은 "밤에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며 "'원래 안 되는 거라는데 어떻게 했냐'고 하시더라. '하라고 해서 했다'니까 '대단한 분이네'라고 하셨다. 그래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해야 새로운 걸 안다"며 "그런 장면을 보기 위해서 극장에 가는 거 아닐까. 그런 영화적 쾌감을 느끼게 해줘야, 티켓값을 지불하는 염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걸 만들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 같다"며 "하지만 매번 이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인성과 일문일답.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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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이 궁금하다. 많이 고생해서 찍은 거 같은데.

= 요즘 날씨를 찾아보고 있다. 영화 분위기는 맞는데, 관객들이 오시기 힘드니까. 촬영할 때 힘든 건, 말로 고생한 게 표현이 안 된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그런 질문이 나와서 답을 못하고 한숨을 쉬니까 '알겠다'고 하시더라. 고생은 다 같이 한 거고, 감사하게도 영화 속 장면들은 안전하게 촬영했다. 시작 전에는 '가능할까' 싶긴 했다. 무술팀에 "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건 안 해봤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걸 제가 해야 하는 건데 '어떻게 하나' 싶었다. "이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지 않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불가능한데 하라고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떡하나" 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안 되더라. 한 발로 말을 탈 생각도 한 번도 못 해봤고.(웃음) 그래서 현장에서 모두가 긴장을 했다. 그렇게 찍으려면 모니터용 차량에 스태프들이 탑승해 출발하면 드론을 띄운다. 그게 할리우드 촬영장비와 팀이었다. 더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 현장엔 그런 게 없다.

▲ 나홍진 감독이 촬영을 마치고 회식할 때에야 "이걸 직접 찍을 줄 다들 몰랐다"는 주변의 반응을 들었다고. 그 모든 걸 마친 후 감독님 반응이 어땠나.

= 밤에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원래 안 되는 거라는데 어떻게 했냐"고. 하라고 해서 했다니까 "대단한 분이네"라고 하시더라. 그래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웃음) 이렇게 해야 새로운 게 나온다는 걸 아니까. 그런 장면을 보기 위해서 극장에 가는 거 아닐까. 그런 영화적 쾌감을 느끼게 해줘야, 티켓값을 지불하는 염치가 되지 않을까. 새로운 걸 만들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 같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웃음)

▲ 나홍진 감독과 성기 캐릭터를 준비하며 함께 대화한 것들이 있을까.

= 처음엔 외계인을 쫓다가 후엔 우리가 쫓긴다. 이런 양가적인 모습을 영화에서 표현하는 거고, 인간이 쫓겼을 때 어느 정도까지 생존에 대한 갈망을 견뎌낼 수 있는 것도, 본능적인 얘기 같았다. 실체가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 현실에서도 초인적인 사례를 볼 수 있지 않나. 우리의 기도와 염원으로 기적들이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그런 것을 포함한 인간의 생존력을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 나홍진 감독은 집요함으로 유명한데, 그걸 알고 들어갔더라도 놀란 지점들이 있었을까.

= 나홍진 감독님과 작업하지 않아도 영화만 봐도 그 집요함이 느껴진다. 그 에너지가 특별하니까.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합천에서 마지막 장면을 찍었는데, 원래 한 달인데 두 달 넘어서 빠져나왔다. 눈이 왔다. 블랙아이스가 생기지 않나. 그리고 CG로도 배경의 눈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풀 세팅을 하고 대기했다.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그래도 계속 기다리는 거다. 하늘이 너무 쨍하면 찍을 수도 없고. 그래서 낮에 크리처물을 찍는 게 어렵다. 그럼에도 그걸 선택한 나 감독님도 대단하신 거다. 저희는 '점오'를 받는다고 했다. 그렇게 계속, 날씨와 시간의 싸움을 했다.

▲ 액션도 액션이지만, 보이지 않는 걸 보며 연기해야 했다.

= 저에게 액션도 중요했지만, 성기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 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그 시작점이 중요했다. 관계성과 캐릭터성이 쌓여야 하니까. 액션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운동 에너지로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막판에 맞아떨어졌을 때엔 제가 충분히 연기해줘야 크리처들이 산다고 생각했다. 리액션이 중요하다. 가령 '밀수'에서도 제가 등장할 때 저는 그냥 나가는 건데 김혜수 선배가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 못생기게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

= 귀엽지 않나.(웃음) 태닝도 하고, 수염도 기르고, 헤어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덧붙여 분장팀에서 마술을 부려줬다. 시골이지만 조금은 멋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완성본을 봤을 때 많이 달랐을 거 같다. 어땠나.

= 완성본을 봤을 때, 이런 작품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의 문제더라. '무빙'을 해보면서 그걸 배웠다. '호프'도 읽으면서 '구현이 완벽하진 않을 거다'고 생각했다. 제가 전에 시나리오에서 봤다가 구현이 안 되는 것도 경험한 적이 있고. 그런데 이번엔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 그걸 제가 하면서도 놀랐다. 해놓고도 생각보다 임팩트가 없을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느끼게끔 다들 해주셨다.

▲ 속도감 구현을 위해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게도 했다더라.

= 제가 직접 든 건 아니었다. 숲에서 말을 타는 장면이었다. 제가 말을 타면 반대편에서도 말을 타는 거다. 승마팀이 핸드헬드로 같이 뛰는 거다. 배터리가 든 가방을 들고.

▲ 체력적으로 한계는 없었을까.

= 아니다. 피지컬팀이 따로 있었다. 요즘은 체력 관리, 부상 예방을 위해 상주해 계시는데, 피지컬팀이 안절부절못했다. 저희끼리 '선배님 빨리 재생시켜'라고 했다. 다른 장면 찍어야 하니 그래야 하는 거다. 제가 무릎 부상을 당한 게 있어서 의사는 점프, 뛰는 건 앞으로 '인성 씨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래서 감독님도 알고 계셨다. 그래서 효과적으로 많이 운영해주셨다. 그래도 안 뛸 순 없으니까, 고생을 해서 결과물을 현장 편집으로 보면 미쳐서 하게 됐다.

▲ 시사회 이후 '조인성의 리즈다'는 반응도 나온다.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 그런 부분을 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칭찬했다 싶으면 칭찬해주시고, 못했을 땐 호되게 말해주시고. 감독님 머릿속엔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1편이 잘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우리 영화 제작의 현실이라는 게 있고. 감독님조차도 이 작업이 안 끝났다고 생각하시니까, 결과물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 말씀하시지 않을까.

▲ 정호연과 호흡은 어땠을까.

= 영화는 처음이지만 연기가 처음인 느낌을 주는 애는 아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고, 제가 호연이 나이일 때 작업 환경은 내수 중심이었고, 해외 진출은 어려운 얘기였다. 그리고 (배)용준 선배가 넓혀준 일본 정도가 우리가 생각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면 아시아를 넘어선 배우가 되는 거다. 그런 시장 아래 이런 좋은 배우가 나타나니, 시장만 좋은 게 아니라 그런 자산이 될 배우도 필요한데, 그런 배우가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슈퍼 코리안'이다 싶더라. 저는 이제야 한국말을 잘하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영어를 하겠나. 그런데 그런 친구는 영어도 잘하니까.

▲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업은 어땠나.

= 마이클 패스밴더와 실제 만난 건 한 번 정도였다. 각자 따야 하는 장면들이 있어서. 그러고 나서 칸에서 만나서 식사를 했다. 대화는 통역을 썼다. 제가 외국인 앞에서는 과묵해지고 화가 난 얼굴이 된다.(웃음)

▲ '호프'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 줬으면 하는가.

= 한국형 SF 작품들의 부침이 많았다. SF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불편함도 있을 수 있는 거다.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런 장르에 도전하지 않는 건, 새로운 것들을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어떤 결과물은 실패가 있어야 좋은 결과가 있는 거니까. 그 과정 속에 우리도 있는 건 아닐까. 여기서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면 그 또한 한국 영화의 발전에 좋은 요소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 그래서 더욱더 이 작품을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고, 이왕이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희망이다.

▲ '호프'가 예산이 큰 작품이다 보니, 안팎으로 나오는 말과 이 작품의 흥행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는 걸까.

= 나한테 왜 이러나 싶다.(웃음) 제가 한국 영화계에 업적과 필모가 있는 배우도 아니었고, 저는 제가 가진 룰 안에서 소소하게 영화를 했던 배우였는데. 누가 봐도 피부로 느껴지는 대외적인 상황들이 있지 않나. 능소화라는 꽃이 있더라. 그 꽃은 장마와 태풍에 피는 꽃이라고 하더라. 하늘을 비웃듯 꽃이 활짝 핀다고 하더라. 그런 어려운 때에, 우리 작품이 그런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대외적인 것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