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에그 체어와 AJ 램프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객실에서 그 가치를 지키고 있다. / 사진. ©Fritz Hansen
1958년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에그 체어와 AJ 램프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객실에서 그 가치를 지키고 있다. / 사진. ©Fritz Hansen
자본은 시계를 가지고 움직인다. 어떤 자본은 분기 단위로, 어떤 자본은 5년 단위로, 또 어떤 자본은 세대 단위로 산다. 같은 자산이라도 어느 시계 안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으로 거래된다. 디자인 자산이 가장 극명한 예다.

지난달 덴마크에서 열린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 행사 첫째 날,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의 주인이 다시 바뀐다는 발표가 있었다. 사모펀드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과 미국계 칼라일이 공동 소유하던 '디자인 홀딩'(플로스·B&B 이탈리아·루이스 폴센)에서 분리되어, 덴마크의 크리스천 어거스티누스 파브리커로 넘어가는 게 골자다. 거래가는 약 4억 7천만 유로(약 8200억원).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이 2018년 약 2억 유로(약 3500억원)에 인수한 한 것을 감안하면 8년에 기업 가치가 2.3배 뛴 것이다.

새 주인의 정체가 흥미롭다. 어거스티누스 파브리커는 1750년 코펜하겐의 담배 기업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어거스티누스 재단의 투자 부문이다. 운용 자산이 약 350억 크로네(약 8조원). 프리츠 한센을 100% 소유하고, 코펜하겐 티볼리 가든의 지배 주주(57%)이며, 구비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루이스 폴센이 합류함으로써, 덴마크 디자인 카논의 의자 두 축과 조명의 한 축이 한 우산 아래 모인다. 자국의 가장 느린 자산을, 자국의 가장 느린 시계 아래에 모은 셈이다.
코펜하겐 본사 쇼룸의 PH 아티초크. 1958년의 디자인이 2026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을 만든다. / 사진. ©Louis Poulsen
코펜하겐 본사 쇼룸의 PH 아티초크. 1958년의 디자인이 2026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을 만든다. / 사진. ©Louis Poulsen
사모펀드는 보통 5~7년 단위로 산다. 인수하고, 정리하고, 매각한다. 그 안에서 자산은 분기 매출과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로 평가된다. 한 세기 가까이 가는 의자도, 약 70년 가는 램프도, 그 '시계' 안에서는 다섯 차례의 결산으로만 측정된다.

반면 재단이 가진 '시계'는 다르다. 1750년에 시작된 회사가 2026년에 자산을 평가할 때, 단위는 분기가 아니라 세대다. 보통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빠진다. 디자인은 반대다. PH 시리즈는 1924년 이후 한 세기 가까이 단종 없이 팔리고 있다. 에그 체어는 1958년 이후 약 70년 동안 시장에서 가치를 잃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본질이다.
PH 아티초크가 걸린 코펜하겐 랑겔리니에 파빌리오넨 식당 천장. 1958년 폴 헨닝센이 코펜하겐 랑겔리니에 파빌리오넨 식당을 위해 디자인한 PH 아티초크, 그 자리에서 68년째 같은 빛을 만들고 있다. / 사진. ©Louis Poulsen
PH 아티초크가 걸린 코펜하겐 랑겔리니에 파빌리오넨 식당 천장. 1958년 폴 헨닝센이 코펜하겐 랑겔리니에 파빌리오넨 식당을 위해 디자인한 PH 아티초크, 그 자리에서 68년째 같은 빛을 만들고 있다. / 사진. ©Louis Poulsen
흥미로운 것은 같은 자산이 두 배 넘는 가격 차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8년에 2.3배. 하지만 8년 동안 이 자산의 본질이 두 배로 좋아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자산의 가치가 아니라, 그 가치를 알아보는 '시계'였다. 짧은 시계는 자산을 자기 회수 기간 안에서만 평가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매긴다. 긴 시계는 한 세기를 두고 보기 때문에 같은 자산에 제값을 치른다. 시간이 흘러서 자산이 비싸진 게 아니라, 자산을 제대로 알아보는 시계가 들어와서 비싸진 것이다.

오해는 말자. 짧은 시계가 자산을 방치했다는 뜻은 아니다.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은 8년 동안 루이스 폴센의 글로벌 거점과 매출을 분명히 키웠다. 다만 그들의 역할은 자산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시계로 넘길 수 있도록 키워두는 것이었다. 짧은 시계가 키운 자산을, 긴 시계가 와서 제값에 받아 안는다. 두 시계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앞뒤로 이어달리는 관계다.

또 한 가지 짚을 만한 사실이 있다. 루이스 폴센은 1874년 와인 수입회사로 시작했다. 19세기 말 전기가 코펜하겐을 바꾸자 사업을 조명으로 옮겼다. 한 회사가 시대를 따라 자산의 형태를 바꾸어도, 그 안의 안목은 152년 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좋은 예다. 짧은 시계는 분기의 매출만 본다. 긴 시계는 회사의 안목 그 자체를 자산으로 본다.
[좌] 디자이너 폴 헨닝센(1894~1967) / 사진. ©Louis Poulsen  [우]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1902~1971) / 사진. ©Fritz Hansen
[좌] 디자이너 폴 헨닝센(1894~1967) / 사진. ©Louis Poulsen [우]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1902~1971) / 사진. ©Fritz Hansen
어느 클라이언트의 거실에는 두 개의 자산이 있었다. 의자와 램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모든 사진은 의자 위에서, 램프 아래에서 찍힌다." 의자는 신체와 가장 가까운 자산이고, 램프는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자산이다. 공간 안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두 카테고리, 그것이 이제 한 회사 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그널이다.
폴 헨닝센과 아르네 야콥센. 두 인물이 같은 해, 1958년에 그린 의자와 램프가 70년이 지나도록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좌] 디자이너 폴 헨닝센의 'PH 5 램프' / 사진. ©Louis Poulsen  [우]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 / 사진. ©Fritz Hansen
폴 헨닝센과 아르네 야콥센. 두 인물이 같은 해, 1958년에 그린 의자와 램프가 70년이 지나도록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좌] 디자이너 폴 헨닝센의 'PH 5 램프' / 사진. ©Louis Poulsen [우] 건축가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 / 사진. ©Fritz Hansen
공교롭게도, 두 자산은 같은 해 태어났다. 1958년 한 해, 아르네 야콥센은 SAS 로열 호텔을 위해 에그, 스완, AJ 램프를 그렸고, 폴 헤닝센은 랑겔리니에 파빌리오넨을 위해 PH 아티초크와 PH 5를 그렸다. 한 해 안에 의자와 조명, 거의 70년치 자산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250년 시계를 가진 자본이 한 우산 아래 모은 것이 바로 이 한 해의 결과물이다.

'공간자본론'이라는 명제는 단순하다. 공간 안에 들어가는 것은 자산이고, 그 자산은 이동 가능하다. 회사가 이전해도, 사옥을 옮겨도, 그 의자와 램프는 가격을 잃지 않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그 자산은 화폐보다 느린 시계 속에서 움직인다. 가죽이 닳고 도장이 벗겨질수록 화폐 가치는 폭락하지만, 디자인 자산의 가치는 오히려 깊어진다. 시간이 흠을 자산으로 바꾸는 거의 유일한 카테고리다.

한국의 클라이언트들도 천천히 시계를 바꾸고 있다. 의자 한 점, 램프 하나를 5년 뒤 팔 자산이 아니라 한 세대 뒤까지 가져갈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자산을 분기로 평가하던 사고가 세대로 옮겨가는 첫 신호다.
코펜하겐 티볼리 가든 전경. 1843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이 공원은 어거스티누스 재단이 보유한 또 다른 '느린 자산'이다. / 사진. ©Tivoli
코펜하겐 티볼리 가든 전경. 1843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온 이 공원은 어거스티누스 재단이 보유한 또 다른 '느린 자산'이다. / 사진. ©Tivoli
기업이 사무실 의자에 수억을 쓰는 이유, 컬렉터들이 1958년산 PH 아티초크를 매년 옥션에서 다시 부르는 이유, 250년을 이어온 자본이 한 세기를 가로지른 의자와 램프를 한 손에 모은 이유는 결국 같다. 그들은 모두 시간을 사고 있다. 디자인은 시간의 가장 느린 형태이고, 그래서 가장 비싼 형태다. 100년 가는 자산은, 100년을 보는 자본만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