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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폴센의 가치는 어떻게 8년 만에 두 배가 뛰었을까 [박래원의 공간자본론]
152년 된 램프의 가격은 누가 매기는가
자본의 시계와 디자인의 시계
자본의 시계와 디자인의 시계
지난달 덴마크에서 열린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 행사 첫째 날,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의 주인이 다시 바뀐다는 발표가 있었다. 사모펀드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과 미국계 칼라일이 공동 소유하던 '디자인 홀딩'(플로스·B&B 이탈리아·루이스 폴센)에서 분리되어, 덴마크의 크리스천 어거스티누스 파브리커로 넘어가는 게 골자다. 거래가는 약 4억 7천만 유로(약 8200억원).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이 2018년 약 2억 유로(약 3500억원)에 인수한 한 것을 감안하면 8년에 기업 가치가 2.3배 뛴 것이다.
새 주인의 정체가 흥미롭다. 어거스티누스 파브리커는 1750년 코펜하겐의 담배 기업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어거스티누스 재단의 투자 부문이다. 운용 자산이 약 350억 크로네(약 8조원). 프리츠 한센을 100% 소유하고, 코펜하겐 티볼리 가든의 지배 주주(57%)이며, 구비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루이스 폴센이 합류함으로써, 덴마크 디자인 카논의 의자 두 축과 조명의 한 축이 한 우산 아래 모인다. 자국의 가장 느린 자산을, 자국의 가장 느린 시계 아래에 모은 셈이다.
반면 재단이 가진 '시계'는 다르다. 1750년에 시작된 회사가 2026년에 자산을 평가할 때, 단위는 분기가 아니라 세대다. 보통 자산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빠진다. 디자인은 반대다. PH 시리즈는 1924년 이후 한 세기 가까이 단종 없이 팔리고 있다. 에그 체어는 1958년 이후 약 70년 동안 시장에서 가치를 잃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본질이다.
오해는 말자. 짧은 시계가 자산을 방치했다는 뜻은 아니다.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은 8년 동안 루이스 폴센의 글로벌 거점과 매출을 분명히 키웠다. 다만 그들의 역할은 자산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시계로 넘길 수 있도록 키워두는 것이었다. 짧은 시계가 키운 자산을, 긴 시계가 와서 제값에 받아 안는다. 두 시계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앞뒤로 이어달리는 관계다.
또 한 가지 짚을 만한 사실이 있다. 루이스 폴센은 1874년 와인 수입회사로 시작했다. 19세기 말 전기가 코펜하겐을 바꾸자 사업을 조명으로 옮겼다. 한 회사가 시대를 따라 자산의 형태를 바꾸어도, 그 안의 안목은 152년 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좋은 예다. 짧은 시계는 분기의 매출만 본다. 긴 시계는 회사의 안목 그 자체를 자산으로 본다.
'공간자본론'이라는 명제는 단순하다. 공간 안에 들어가는 것은 자산이고, 그 자산은 이동 가능하다. 회사가 이전해도, 사옥을 옮겨도, 그 의자와 램프는 가격을 잃지 않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그 자산은 화폐보다 느린 시계 속에서 움직인다. 가죽이 닳고 도장이 벗겨질수록 화폐 가치는 폭락하지만, 디자인 자산의 가치는 오히려 깊어진다. 시간이 흠을 자산으로 바꾸는 거의 유일한 카테고리다.
한국의 클라이언트들도 천천히 시계를 바꾸고 있다. 의자 한 점, 램프 하나를 5년 뒤 팔 자산이 아니라 한 세대 뒤까지 가져갈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자산을 분기로 평가하던 사고가 세대로 옮겨가는 첫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