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간판기업 '상장 러시'…막 오른 증설 전쟁 [차이나 워치]
무어스레드 이어 CXMT, YMTC, 쿤룬신 줄줄이
IPO로 조단위 영구 실탄 장전
가격 방어 등 韓 기업에 압박 전망
IPO로 조단위 영구 실탄 장전
가격 방어 등 韓 기업에 압박 전망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공모시장에서 막대한 민간·국가 자본을 흡수해 본격적으로 자국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美 봉쇄 뚫고 韓 추격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상하이 증시 IPO를 통해 295억위안(6조6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D램 저장기술 향상과 제조 라인 개조, 차세대 D램 기술 연구개발 등에 쓰인다. 지난해까지 손실에 허덕였지만 올 들어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실적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중국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3D 낸드플래시 제조 기업인 YMTC는 현재 공장 두곳에서 월 20만장 규모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연말께 우한에 세 번째 공장을 가동할 전망이다.
광반도체 기업 시허커지(XPHOR)도 상하이 커촹반(중국 과학기술주 전용 거래 시장) IPO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능력 확충과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 자체 연구개발 허브 구축 등을 위해서다.
이미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GPU 기업 무어스레드는 지난해 말 상하이 커촹반에 상장해 약 80억위안을 조달했다. 비런테크놀로지도 최근 홍콩 증시 IPO를 통해 55억8000만홍콩달러를 조달 완료했다.
공급 과잉 서막 우려도
이렇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연이어 IPO에 나서는 건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 영향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사이클과 기술 전환이 동시에 작동하는 산업이다. IPO를 통해 현재 호황을 일회성 실적으로 끝내지 않고 기술 전환 자금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물론 IPO로 조달한 자금은 정부 보조금이나 은행 대출보다는 시장 규율이 강하지만 장기 자본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엔 유리할 수 있다. 국가펀드와 지방정부의 자금만으로 AI 칩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응하는 공급망 내재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IPO를 통해 장비·소재·부품 기업까지 묶는 자국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본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잇따른 IPO 러시는 한국 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 중국 기업이 대규모 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생산능력을 증설하면 다음 하강 국면에서 공급 과잉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장 자금이 범용 D램·증설 등에 흘러가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가격 방어와 기술 초격차를 동시에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IPO는 증시 이벤트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다음 사이클을 흔들 수 있는 큰 변수"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