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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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간판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군비를 공격적으로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공모시장에서 막대한 민간·국가 자본을 흡수해 본격적으로 자국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美 봉쇄 뚫고 韓 추격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상하이 증시 IPO를 통해 295억위안(6조6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D램 저장기술 향상과 제조 라인 개조, 차세대 D램 기술 연구개발 등에 쓰인다. 지난해까지 손실에 허덕였지만 올 들어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실적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중국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3D 낸드플래시 제조 기업인 YMTC는 현재 공장 두곳에서 월 20만장 규모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연말께 우한에 세 번째 공장을 가동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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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기업의 IPO 행진은 메모리뿐만이 아니다. 바이두의 AI 반도체 자회사 쿤룬신은 홍콩 증시 IPO를 준비 중이다. 쿤룬신은 2011년 바이두 내부 반도체 조직에서 출발해 독립 운영되고 있다. 바이두가 주요 고객사였지만 최근엔 텐센트에 이어 바이트댄스까지 접촉하고 있다.

광반도체 기업 시허커지(XPHOR)도 상하이 커촹반(중국 과학기술주 전용 거래 시장) IPO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능력 확충과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 자체 연구개발 허브 구축 등을 위해서다.

이미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GPU 기업 무어스레드는 지난해 말 상하이 커촹반에 상장해 약 80억위안을 조달했다. 비런테크놀로지도 최근 홍콩 증시 IPO를 통해 55억8000만홍콩달러를 조달 완료했다.

공급 과잉 서막 우려도

이렇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연이어 IPO에 나서는 건 막대한 설비투자 부담 영향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사이클과 기술 전환이 동시에 작동하는 산업이다. IPO를 통해 현재 호황을 일회성 실적으로 끝내지 않고 기술 전환 자금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물론 IPO로 조달한 자금은 정부 보조금이나 은행 대출보다는 시장 규율이 강하지만 장기 자본이라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엔 유리할 수 있다. 국가펀드와 지방정부의 자금만으로 AI 칩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응하는 공급망 내재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IPO를 통해 장비·소재·부품 기업까지 묶는 자국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본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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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IPO를 통한 대외 신뢰 확보와 고객 확대까지 노리고 있다. IPO를 하려면 재무제표와 지배구조, 주요 고객,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하는 게 필수인데, 이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검증된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잇따른 IPO 러시는 한국 기업엔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 중국 기업이 대규모 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생산능력을 증설하면 다음 하강 국면에서 공급 과잉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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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율과 장비 한계에도 정부 자금, 본토 증시, 내수 고객을 결합해 판매 채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장 자금이 범용 D램·증설 등에 흘러가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가격 방어와 기술 초격차를 동시에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IPO는 증시 이벤트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다음 사이클을 흔들 수 있는 큰 변수"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