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불안정성이 불거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인도네시아가 거론된다. 에너지 보조금 확대가 재정 부담을 키워 통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보조금이 독…동남아 '약한 고리' 된 인니
3일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만7000루피아(약 1470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통화가치 사상 최저)에 근접했다. 지난 5월에는 무역수지가 16억1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6년 만이다. 10년 만기 인도네시아 국채 금리는 올해 초 연 6%대에서 지난달 연 7.4%로 급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위기를 부른 주요 요인으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꼽힌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인도네시아는 225억달러(약 34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료 및 전기료 통제에 나섰다. 휘발유 가격은 보조금 지급을 통해 L당 1만루피아(약 852원)로 유지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보조금은 원유 배럴당 70달러, 환율 달러당 1만6500루피아(약 1420원)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유가와 환율이 예상보다 더 올라 보조금 지급에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불투명한 정책 시행은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국부펀드 다난타라가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까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개별 은행에는 국부펀드 지지 표시로 최대 10억달러씩 출자할 것을 권유했다.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가용 자금이 줄어든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자금의 탈출을 야기했다. 블룸버그는 “씨티그룹을 비롯해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이 최근 2년간 총 11조5000억루피아(약 9936억원)를 본사에 송금했다”고 전했다. 현지 금융권 관계자도 “루피아 가치의 추가 하락 전망으로 외국 기업과 은행이 이익을 인도네시아에 보관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치가 계속 추락하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5월 이후에만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1%포인트 인상하며 연 5.75%까지 끌어올렸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