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병력을 서둘러 철수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거듭된 건의를 묵살하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정황이 특별검사 수사 결과 상세히 드러났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일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약 5시간 동안 벌어진 긴박한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발표했다.

특검팀 발표에 따르면 참모들은 계엄의 위법성을 수차례 지적했다. 2024년 12월 3일 밤 11시57분 무장 병력을 태운 헬기가 국회 상공에 나타난 생중계 화면을 보고 참모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즉시 김 전 의장에게 계엄 선포 절차가 이상하다며 국회 투입 병력을 당장 빼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그는 “계엄사가 통제하고 있어 나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참모들의 직언을 철저히 외면했다.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참모들이 다음날 새벽까지 병력을 철수하자고 거듭 건의했지만 김 전 의장은 “뭔가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묵살했다. 그는 4일 새벽 3시25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항복을 선언한 뒤에야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작전 지휘권을 넘겨달라고 뒤늦게 나섰다.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김 전 의장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내란을 도왔다고 판단하고 전날 그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정민 특검보는 “참모들의 건의가 있던 시점에 김 전 의장이 용기를 내 직언했다면 군이 훨씬 명예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병력 철수를 적극 주장한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 등 참모 3명은 국헌 문란 목적이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