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폭염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드리드 어린이들이 분수대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페인이 폭염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마드리드 어린이들이 분수대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의 폭염이 에어컨 보급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생명과 경제 피해가 커지면서 냉방을 기피해온 유럽의 비용 구조와 환경 정책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6월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와 환자, 노인이 폭염을 견디도록 방치하는 것은 수치스럽다"며 대규모 에어컨 설치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좌파 진영에선 전력 소비와 도시 열섬, 소음, 비용 부담을 우려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파리에서는 에어컨 설치를 둘러싼 분쟁도 늘고 있다. 설치자는 먼저 이웃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장치가 거리에서 보이면 당국이 오스만식 석회암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 있다. ‘소음 변호사’로 불리는 크리스토프 상송은 "에어컨 때문에 법적 다툼이 된 사건이 100건을 넘었다"고 WSJ에 밝혔다. 프랑스 법상 건물조합은 낮에 5데시벨, 밤에 3데시벨을 넘는 소음이 발생하면 설치를 막을 수 있다.

유럽은 오랫동안 에어컨을 소음이 크고 건축 유산을 해치며 여름에 필요하지 않은 장치로 여겨왔다. 에너지 소비가 큰 냉방 기술이 확산되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려는 유럽의 목표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최근 기온 상승 속도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른 대륙에서 이런 저항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폭염은 유럽의 보건 체계와 경제 활동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냉방 설비가 드문 서유럽 학교 수천 곳이 문을 닫으면서 부모들이 집에 머물러야 했다. 기업은 영업을 중단했으며 공장은 생산을 줄였다. 일부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폭염이 “팬데믹 봉쇄의 기억을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에어컨 보급률은 낮은 편이다. 이탈리아는 가정의 약 56%가 에어컨을 갖췄지만 프랑스는 25%, 영국은 5%에 그쳤다.

과학자들은 유럽 여름 폭염 때 미국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배경 중 하나로 낮은 냉방 보급률을 꼽고 있다. 유럽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약 섭씨 2.5도 더워졌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상승폭 약 1.4도보다 높은 수치다. WSJ은 "유럽의 냉방 논쟁은 앞으로 폭염 강도, 전력 부담, 건축 규제, 취약계층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