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 350만원인데 '품절 대란'…유럽 폭염에 중국 '잭팟' [차이나 워치]
TCL·하이얼·메이디, 간편 설치로 유럽 공략
납기 40일→10일 단축, 전세기까지 투입
유럽 폭염이 부른 '메이드 인 차이나'
납기 40일→10일 단축, 전세기까지 투입
유럽 폭염이 부른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 에어컨 업체들은 생산라인을 밤새 가동하고 공장도 빠르게 증축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북유럽 등 일부 시장에서 판매가 300% 이상 급증하자 TCL·하이얼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은 생산 주기를 대폭 단축하고 물류망을 조정하면서 긴급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판매 300% 급증…中 '에어컨 특수'
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이 끊임없는 폭염에 시달리면서 에어컨과 이동식 선풍기, 양산 등 냉방·냉각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중국 에어컨 업체는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판매량이 300% 이상 급증했다. 이동식 선풍기와 기타 냉각 장치도 유럽 전역에서 비슷하게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중국 주요 업체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생산을 확대하고 현지 설치 요건에 맞춰 제품을 조정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새로운 운송 경로를 모색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까지 확대하고 있다. TCL의 경우 북유럽 지역과 프랑스에서 판매가 300% 이상 급증했으며 스페인 판매도 100% 증가했다. TCL의 이동식 에어컨 재고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자회사와 협력사 유통망을 통해 모두 소진된 상태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TCL은 유럽으로 직접 트레일러 운송과 일부 프로젝트 주문에 대한 전세 항공화물 운송을 검토하고 있다. 또 소매 현장의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통상 30~40일 걸리던 생산 주기를 10일로 단축했다.
유럽에선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 인증 설치 기사 고용에 따른 높은 인건비, 임대주택 개조 제한 등으로 인해 고정식 에어컨 설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지 조건에 맞춘 중국산 간편 설치 모델과 이동식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스카이워스 에어컨은 프랑스 시장용으로 맞춤 제작한 모델을 내놨는데, 전문 설치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설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해당 모델은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보충 주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에어컨 업체 중 하나인 메이디는 지난달 말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이동식 분리형 에어컨 판매량이 20만대를 돌파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올 여름 폭염의 영향으로 이 제품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주요 유럽 국가에서 모두 품절됐다"고 했다.
"구조적 성장 기회" 노리는 中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올 6월 유럽에서 이동식 에어컨, 제빙기, 전기 선풍기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 최대 소상품 시장인 이우에서 생산된 선풍기 모자, 양산 등 야외 자외선 차단과 냉각 제품 수요도 같이 늘고 있다. 이우시에 따르면 올 1~5월 이우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거래는 811억8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3% 증가했다.
중국 경제 매체인 차이신에 따르면 유럽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미국과 일본(90%)에 한참 못 미치는 20%대로 추산되고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는 역사적 건축물로 분류되는 건물이 많다. 이럴 경우 거주자는 건물 외벽을 훼손할 수 없다. 주택이 보호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외벽에 구멍을 뚫어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매우 번거로운 관리 규정과 이웃 간 조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유럽은 임차인 비중이 높아 세입자가 주택 구조를 바꿔 에어컨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비용은 더 큰 걸림돌로 꼽힌다. 차이신은 "유럽 국가에서 전통적인 분리형 에어컨 한대의 설치 비용이 1000~2000유로(약 353만원)에 달할 수 있다"며 "이 지역은 성수기 설치 기사 부족 문제도 겪고 있어 예약 후 2주에서 한 달까지 기다려야 해 여름철 사용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계에선 이런 유럽의 구매 열풍이 지속적인 추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유럽 시장의 기존 소비 습관을 깨뜨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유럽 현지 에어컨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 중국 업체들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타임스에 "이상 기온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과 고효율을 갖춘 중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강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