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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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로 중국 암시장에서 엔비디아 AI 반도체 가격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반입 경로를 압박하는 가운데서도 중국 기업들의 AI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반입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대표 AI 서버 DGX B300 가격은 최근 6개월 동안 약 400만위안에서 800만위안 이상으로 뛰었다. 이 제품은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 8개를 탑재한 서버로 미국 판매가격은 약 40만달러 수준이다.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언어모델(LLM) 구축에 활용하는 RTX 6000 프로 워크스테이션용 GPU도 올해 초 약 5만위안에서 최대 13만위안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급등은 미국의 불법 반도체 수출 단속이 본격화된 영향이 크다. 반도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당국이 밀수 경로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면서 중국으로 반입되는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반도체 중개상은 "우회 거래가 가능한 틈새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가격이 크게 올라 중개업자들의 위험도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3월 대만 기반 직원과 계약업체 관계자 등이 중국 고객에게 25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AI 서버를 밀반입한 사건을 적발했다. 해당 사건은 AI 반도체 수출과 관련해 미국 사법당국이 적발한 최대 규모 사례다.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는 기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당시 회사는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과 말레이시아 당국도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밀수 조직 조사에 착수했다. 판매업체들은 각국의 단속 강화로 반도체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밀수 제품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막다른 길"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수출 제한 제품에 대해서는 기술 지원이나 수리를 제공하지 않으며, 자체적인 규정 준수 활동을 통해 밀수 시도를 반복적으로 차단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거래에 관여한 사람들은 세계 각국에서 형사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 제품 유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H20과 H200 등 제품의 반입을 엄격히 관리하는 동시에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AI 반도체 채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AI 산업의 수요는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기술기업들은 생성형 AI 서비스와 자율형 AI 에이전트 상용화를 서두르면서 대규모 모델 학습보다 실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추론(Inference)용 반도체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대체 제품이 아직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공급량 모두에서 한계를 보인다고 평가한다. 화웨이는 최근 주력 AI 프로세서인 어센드 950PR을 출시해 대형 데이터센터 고객을 대상으로 시험 운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론용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반도체 부족이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은 게임용 GPU를 개조해 AI 연산에 활용하거나 이전 세대 제품까지 적극 확보하고 있다. 특히 A100 가속기를 탑재한 서버 가격은 지난해 말 약 20만위안에서 최근 최대 60만위안까지 상승했다. 한 판매업자는 "A100 재고가 매우 빠르게 소진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선택지가 없어 구형 제품이라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H200 공급 차질이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한다. H200은 이전까지 중국 내에서 비교적 많은 물량이 유통됐지만 현재는 중국 세관이 자국 산업 육성을 이유로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거래는 홍콩에서 계약을 체결한 뒤 비공식 경로를 통해 중국 본토로 운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개상들은 수입이 허용된 서버 내부에 규제 대상 GPU를 장착해 반입하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지만 위험 부담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한 거래상은 "미국 규정을 위반하는 것보다 중국 규정을 어기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대규모 거래를 시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내 엔비디아 하드웨어 공급 감소는 AI 연산 임대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중국의 GPU 임대료는 미국보다 낮았지만, FT가 양국 주요 클라우드와 GPU 임대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현재는 미국과 비슷하거나 최신 블랙웰 기반 시스템은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사업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판매업자는 "모든 제품 가격이 폭등했고 이 가격에서는 수요를 줄이는 기업도 많다"며 "올해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