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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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프랑스 최고급 셔츠 브랜드 샤르베를 인수하며 샤르베가 188년간 이어져 온 독립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인수는 남성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인 브랜드를 확보하려는 샤넬의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샤넬은 프랑스 셔츠 브랜드 샤르베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에는 파리 방돔광장에 위치한 샤르베 본사와 매장이 포함됐으며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샤르베는 1838년 조제프 크리스토프 샤르베가 설립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셔츠 제작 브랜드다. 창업 가문은 1965년 주요 원단 공급업체였던 드니 콜방에게 회사를 매각했고, 1994년 그의 사망 이후에는 아들 장클로드 콜방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인수 논의는 샤넬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외 블라지가 지난해 10월 첫 런웨이 컬렉션을 위해 샤르베와 모노그램 셔츠를 공동 제작하면서 시작됐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프스키는 해당 셔츠가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콜방 가문이 매각 의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블로프스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가문 내부에 사업을 승계할 후계자가 없었고 서로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샤르베의 미래는 샤넬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샤르베는 그동안 윈스턴 처칠, 샤를 드골, 코코 샤넬 등 역사적 인물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왔다. 최근에는 데이비드 베컴과 소피아 코폴라 등도 주요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샤넬은 여성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남성 고객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반면 샤르베는 남성 고객이 중심이지만 여성 고객층도 꾸준히 늘고 있어 양사의 고객 기반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것이 샤넬 측의 설명이다.

여성 기성복과 액세서리, 주얼리, 오트쿠튀르, 뷰티 사업을 전개하는 샤넬은 최근 럭셔리 업계 전반의 침체를 지나 다시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블라지가 2025년 4월 보테가 베네타에서 합류한 이후 선보인 초기 컬렉션은 브랜드 분위기 쇄신에 기여했으며, 샤넬 경영진은 지난 5월 FT에 올해 들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넬의 지난해 매출은 193억달러였다.

베르트하이머 가문이 지배하는 샤넬은 오랜 기간 생산 공정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주요 공급업체를 잇달아 인수해왔다. 동시에 오를레바 브라운, 스코틀랜드 캐시미어 브랜드 배리, 란제리 브랜드 에레스 등 소규모 럭셔리 브랜드를 편입하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다.

다만 샤르베는 샤넬 산하에서도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파블로프스키는 "샤르베만의 독점성과 특별함, 높은 수준의 세련미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넥타이와 스카프, 신발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온 샤르베는 현재도 프랑스 앵드르 지역의 단일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장클로드 콜방 샤르베 최고경영자는 "여동생 안마리와 함께 회사의 정신과 정체성을 이어갈 새로운 역사를 맞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