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한정애, '친족 증거인멸 특례' 폐지 형법 개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이 형법상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2일 대표발의했다.

현행 형법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사람을 숨겨주거나 도피시킨 경우(151조),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경우(155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두 죄 모두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본인(범죄자)을 위해 저지른 때에는 특례를 적용해 처벌하지 않는다. 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 친족 특례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정안을 이른바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를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훼손, 폐기한 사실이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아버지인 경찰관은 친족 특례에 따라 입건되지 않았다. 단순 살인죄는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인 반면 강간 목적 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할 수 있어, 인멸된 증거가 공소사실 전반을 좌우하는 사안이었다.

한 의원은 유사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30대 남성이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강도치사 등 혐의를 받던 생부의 도피를 도왔지만, 범인도피죄의 친족 특례가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다.

이런 특례는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돼 왔다. 하지만 한 의원은 수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한국의 친족 특례는 인적 적용 범위가 해외보다 넓어 가해자에게 유리한 편"이라며 "일본은 친족 간 증거인멸을 일률적으로 면제하지 않고 사안의 경중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변화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친족 특례를 폐지해 강력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하던 이른바 '친족상도례'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도 주도한 바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