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에서 홍명보 당장 삭제해야" 사퇴에도 들끓는 여론
지난달 30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옌스 카스트로프가 벤치에 있는 홍 감독을 폭행하는 내용의 AI 합성 영상이 빠르게 확산했으며 조회수 1000만 회에 육박했다. 영상은 옌스가 홍 감독에게 다가가 "나 왜 불렀어"라며 뒤통수를 가격하는 장면으로 편집됐는데, 실제 상황이 아니라 AI로 만든 가짜 영상이다. X(옛 트위터)에는 "이 영상은 AI로 생성된 가짜 영상입니다"라는 설명이 함께 달려 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부 축구 팬은 국가대표 경기 전 상영되는 애국가 영상에 삽입된 홍명보의 장면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해당 장면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 승리 직후 홍명보가 주먹을 쥐고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이다. 한 팬은 "애국가에서 이 영상 좀 제발 빼자.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홍명보는 위아래를 모르고 행동하는 것 같다"며 "본인 스스로가 이순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SNS에 공개 저격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전 승부차기, 마지막 5번째 키커였던 홍명보의 성공 장면이다.
4:3 상황에서 홍명보가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며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을 확정
골을 넣고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양팔을 쫙 펴고 달려가는 세리머니 장면으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이 장면이 대한민국 4강 신화를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로 꼽히면서, 이후 국가대표 경기 전 상영되는 애국가 영상에 단골로 삽입됐다.
실제로 홍 감독 본인도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 장면이 애국가 화면에 들어간 건 한국인으로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홍 감독의 지도 방식을 겨냥한 밈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재조명된 영상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 당일, 홍 감독과 선수단의 미팅 장면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공개된 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 '국대: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에 담긴 이 장면에서 홍 감독은 미팅룸 화면에 'FIGHT'라는 단어 하나만 띄운 채 "단어 알지? 싸워"라고 말문을 열었다. 구체적인 전술 지시 없이 정신력만 강조하는 듯한 이 모습에 네티즌은 "전술 지시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각종 패러디를 쏟아냈다.
홍 감독에 대한 여론이 이처럼 격앙된 데는 옌스의 활용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처음 태극마크를 단 옌스는 이번 월드컵 A매치 9경기 가운데 선발 출전이 3경기에 그쳤고,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는 아예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홍 감독을 향한 냉담한 반응은 입국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팬들은 "홍명보 나가라" "홍명보가 한국 축구를 망쳤다" 등의 야유를 쏟아냈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홍 감독을 둘러싼 신변 안전 조치 필요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