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기간 네이버 댓글창/사진=네이버 제공
지난 지방선거기간 네이버 댓글창/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지방선거 기간 한시적으로 바꿨던 정치 기사 댓글 운영 방식을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선거 기간에만 적용하려던 정책을 사실상 상시화하는 것으로, 앞으로 정치 기사 댓글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게 됐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3월 19일부터 시행해 온 정치 섹션 댓글 정책을 지방선거 종료 이후에도 잠정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치 섹션 기사 본문 아래에서는 댓글을 바로 볼 수 없다. 댓글을 보거나 작성하려면 별도로 마련된 댓글 모음 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댓글은 최신순으로만 볼 수 있으며, 예전처럼 공감순으로 정렬하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댓글 작성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본인 확인을 마친 계정만 가능하다.

이 정책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도입됐다. 당시 네이버는 선거 기간 동안 정치 기사 댓글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정치·선거 기사 본문에서 댓글을 바로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선거가 끝나는 6월 3일까지만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운영 결과를 검토한 뒤 선거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네이버가 이 정책을 유지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특정 댓글이 인위적으로 상단에 올라가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치 기사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같은 댓글에 공감을 몰아주거나 반대로 비공감을 집중시키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른바 '좌표 찍기'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한 댓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이용자가 집중적으로 반응한 결과일 수도 있다. 네이버는 공감순 정렬을 없애고 최신순으로만 댓글을 보여주면 이런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운영 결과도 비슷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정치 섹션 이용량과 비교한 공감 수 비율은 정책 시행 전인 1월 10일부터 3월 18일까지보다 시행 후인 3월 19일부터 5월 25일까지 18.5% 감소했다. 특정 댓글에 공감이 몰려 가장 위에 오래 노출되는 현상이 줄었다는 의미다. 회사는 이를 통해 댓글이 실제 여론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문제가 완화됐다고 보고 있다.

댓글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치 섹션 댓글 수는 19.7% 감소했다. 반면 정치를 제외한 다른 분야 기사 댓글은 22.1% 증가했다. 전체 댓글 수는 오히려 3.8% 늘었고, 댓글을 작성한 이용자 수도 3.1% 증가했다. 정치 기사 댓글을 보는 방식은 바뀌었지만 이용자들이 댓글 자체를 덜 쓰게 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결정은 국내 뉴스 이용 환경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 63%가 포털이나 검색엔진을 통해 뉴스를 본다. 이는 조사 대상 48개국 가운데 일본(7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가 정치 기사 댓글 운영 방식을 바꾸면서 온라인 여론이 형성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과거에도 선거 기간에만 도입했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가 있다. 2020년 공직선거 때 도입한 댓글 본인확인제를 선거 이후에도 계속 운영하고 있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