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100년 통틀어도 매그니피센트7이 부의 24% 차지"
美 애리조나주립대 최신 연구
10개 기업이 100년 美 증시서 부의 29% 창출
테슬라 9위·스페이스X도 합류…더 심해진 '부의 집중'
96% 기업은 국채 수익률도 못 넘어
10개 기업이 100년 美 증시서 부의 29% 창출
테슬라 9위·스페이스X도 합류…더 심해진 '부의 집중'
96% 기업은 국채 수익률도 못 넘어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립대(ASU) 재무학 교수 헨드릭 베셈빈더의 최신 연구를 인용해 “1926년 이후 미국 증시에서 창출된 투자자 부의 거의 전부를 극히 일부 상장기업이 만들어냈다”며 “지난 10년 동안 기술기업의 약진으로 부의 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고 보도했다.
9년 새 빅테크에 부 집중
베셈빈더 교수는 기업의 ‘평생 부 창출’을 단순한 주가 상승률이 아니라 시가총액까지 함께 반영해 계산한다. 즉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10% 상승할 경우 소형 기업이 같은 폭으로 상승하는 것보다 시장 전체에 훨씬 많은 부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배당과 인수·합병에 따른 수익은 물론 물가를 반영한 국채 수익률과의 비교도 연구 내용에 담았다.
베셈빈더 교수는 1926년부터의 상장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부를 창출했는지를 분석해 왔다. 그는 2017년 발표한 첫 연구 이후 이번에는 2025년 말까지 100년 치 데이터를 반영해 결과를 새로 집계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됐던 기업 가운데 96% 이상은 장기적으로 1개월 만기 미국 국채의 평균 수익률인 연 3.3%조차 넘어서질 못했다.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단기 국채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이 대부분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소수의 초대형 기업이 시장 전체 수익을 사실상 떠받치며 지난 100년간 투자자 부의 대부분을 창출했다.
특히 지난 9년간 순위 변화가 극심했다. 2017년 연구에서는 1926~2016년 기준 부 창출 순위가 엑슨모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알트리아, 존슨앤드존슨, 제너럴모터스(GM), 월마트 등으로 전통 산업 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상위권 대부분이 기술기업으로 재편됐다.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브로드컴 엑슨모빌 메타 테슬라 월마트 순이었다. 소위 매그니피센트 7이 만들어낸 부는 100년 통틀어 24.2%를 차지했다. 전통 기업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남은 기업은 엑슨모빌과 월마트 두 곳뿐이었다.
테슬라·스페이스X 치고 올라와
특히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9년 전 연구에서는 테슬라는 상위 부 창출 기업 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난 100년 전체를 통틀어 9위에 올라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스페이스X다. 베셈빈더 교수는 NYT의 요청으로 6월 16일 스페이스X IPO 직후 데이터를 다시 계산했는데, 당시 스페이스X는 역대 상위 30개 기업 안에 진입했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재는 명단에서 빠졌지만, 상장 직후 잠시나마 그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베셈빈더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규모가 엄청난 기업들의 수익률이 매우 높았고, 상장 직후 스페이스X는 그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애플·엔비디아 10% 차지
애플은 1980년 상장 이후 혼자서 지난 100년 동안 미국 증시 전체 투자자 부의 5.5%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1999년 상장한 엔비디아도 전체 부의 5.0%를 만들어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반면 2017년 연구에서는 상위 5개 기업을 모두 합쳐야 10%에 도달했다.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상위 10개 기업이 지난 100년간 전체 투자자 부의 29%를 창출한 반면, 이전 연구에서는 그 비중이 17.1%에 그쳤다. NYT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의 폭발적인 성장을 꼽았다.
다만 이 같은 부의 집중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위험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시장 전체에 투자하더라도 실제로는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진정한 의미의 분산투자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페이스X처럼 시가총액이 2조 달러를 넘는 초대형 기업에 거액을 집중 투자하는 것은 높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상당한 위험도 수반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역사는 애플과 엔비디아, 스페이스X 같은 소수 기술기업이 엄청난 부를 창출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이 같은 집중 현상은 시장 전체 차원에서 매우 큰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개별 종목 투자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대부분 기업이 국채 수익률조차 넘지 못하는 만큼 어떤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될지를 미리 맞히기는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손주형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