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품귀 현실화…글로벌 항공사 비용 폭증 전망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탄소시장 데이터업체 MSCI 카본마켓은 국제 항공사들의 배출권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 수준보다 최대 8배 가까이 상승해 2035년에는 t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2035년까지 적용되는 국제 항공 탄소 감축 제도인 코르시아(Corsia)에 따라 항공업계가 부담해야 할 총비용은 최대 12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가장 큰 부담이 예상되는 항공사는 에미레이트항공이다. MSCI는 에미레이트항공이 제도 시행 기간 약 80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 회사의 2025년 영업수익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카타르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각각 약 60억달러와 50억달러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카타르항공의 부담 규모는 지난해 매출의 26%에 달하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항공업계는 이미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항공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공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여기에 환경 규제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는 환경 관련 비용이 결국 항공권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코르시아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추진하는 국제 항공 탄소상쇄 제도로, 국제선 운항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이 2019년의 85%를 초과할 경우 항공사가 초과분을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상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영국 등 최소 13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일반적으로 산림 보호와 복원, 탄소 흡수 확대 등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그러나 코르시아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젝트 수가 충분하지 않아 공급 부족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지만 인증할 수 있는 사업은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항공사들이 탄소배출권을 일반적인 원자재처럼 언제든 안정적인 가격에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해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 데이터 업체 실베라(Sylvera)의 정책 담당 부사장 벤 래튼버리는 코르시아 시장은 기존의 가정과 정반대로 유동성이 제한되고 공급이 부족한 구조라고 평가했다.
향후 규제 부담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추가 탄소 부담금이 시행될 경우 EU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는 코라시아와 별도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항공업계는 연료비와 환경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환경에서 비용 관리와 운임 정책을 둘러싼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